공한증, 한-일전, 남북대결, 동아시안컵에서만 누릴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동아시안컵은 한-중-일 3개국이 2년을 주기로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대회다. 2015년 동아시안컵은 8월 2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린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엔트리를 공개했다. 슈틸리케호는 2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개최국 중국과 1차전을 치른 후 일본(5일 오후 7시20분), 북한(9일 오후 6시10분)과 격돌한다. 눈을 뗄 수 없는 라이벌전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50명의 예비 명단이 파격이었다. 최종엔트리는 그 가운데 마지막 선을 지킨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세상의 인식과는 많이 달랐다. 라이벌전에서 패할 경우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하게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동아시안컵 최종엔트리의 평균 나이는 24.3세다. 1980년대생은 5명 뿐이고, 무려 18명이 1990년대 출신의 젊은피다. 30대도 없다. '최고령'은 28세, '최연소'는 21세다. 경험도 뚝 떨어진다. A매치 출전인 '제로'인 선수가 7명이나 된다. 평균 A매치 출전은 6.96경기에 불과하다. 평균 A매치 득점도 0.65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과연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그가 구현할 축구는 어떤 색깔일까.
▶누가 발탁됐나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 벌어지는 대회가 아니다. 유럽파와 중동파를 뽑을 수 없다. 동아시아축구연맹 소속인 K리거와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만 차출이 가능하다.
김신욱(울산)이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했다. 부상에 이은 후유증으로 1년 가까이 인연이 없었다. 첫 열매를 맺게 됐다. 반면 기대를 모은 '챌린지 스타' 주민규(이랜드)는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엔트리에는 제외됐다. 그는 올 시즌 챌린지에서 16골을 터트리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신욱은 최전방에서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상주)과 짝을 이룬다.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포항)가 돌아온 가운데 6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 미얀마전을 함께한 이용재(나가사키)도 재신임을 받았다.
중원에는 수원의 미래 권창훈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대표인 그는 올 시즌 수원의 중원사령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대표인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광주)과 골키퍼 구성윤(삿포로)도 뉴 페이스다.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신태용 코치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라인은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재편됐다.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상하이 상강)이 승선했다. 수비와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장현수(광저우 부리)도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한 후 가장 젊은 대표팀일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최상의 전력으로 나온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강한 상대와 제대로 된 대결을 펼쳐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박과 실험의 사이에서
한-일전은 설명이 필요없다. '모 아니면 도'다. 특히 적장인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지휘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2대4로 완패하며 사실상 16강 진출 꿈이 날아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복수를 넘어 첫째도 실험, 둘째도 실험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일로 복수심을 가지고 경기 임하면 팀만의 철학을 잃게 된다.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며 "나이 많은 선수는 다 배제했다.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젊은 선수들을 실험할 기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이 9명이 포함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1년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한 후 자신감도 내비쳤다. "일부 선수의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선수들로 최고의 팀워크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선수들의 의지와 조직력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팀이 돼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이 선수들로 최상의 전력을 꾸려서 대회에 임할 생각이다."
물론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수확할 수 있지만 잃을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젊은 팀으로 나와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적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나도 이런 점 잘 알고 있다. 나도 생각이 없는 감독이 아니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안하고 젊은 선수들을 데려가는 거다. 지도자로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다. 성공하면 '대박', 실패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형국이다.
▶동아시안컵의 고지는
동아시아컵은 2003년 시작됐다. 한국은 일본에서 열린 초대 대회와 2008년 중국 대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젊은피'를 앞세운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고지를 정하지 못한 듯 했다. 그는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첫 경기 치른 후 뚜렷하게 나올 것 같다. 첫 경기를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 중국과 치른다. 중국은 홈 이점을 안고 있다. 다른 경기도 보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전을 치른 후 어떤 방향으로 갈 지가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일전의 중요성 말하지만 일본과 하던, 우루과이와 경기를 하던 우리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대표팀의 승률이 긍정적이다. 우리 것이 나오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활은 손을 떠났다. 슈틸리케호는 27일 소집돼 31일 결전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