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폭격기' 김신욱(27·울산)이 A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것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의 최종전이었다. 한국은 벨기에에 0대1로 패하며 2회 연속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1m98인 김신욱의 재발견은 수확이었다.
김신욱이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잡았다.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20일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엔트리에 김신욱을 포함시켰다.
1년 가까이 다른 길을 걸었다. 브라질월드컵 후 그는 상종가였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승선했고, '올인'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상처는 있었다. 김신욱은 오른정강이 비골이 골절돼 슈틸리케 감독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초까지는 부상 후유증이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과도 궁합이 맞지 않아 겉돌았다.
김신욱은 최근 제자리를 잡았다. K리그에서 8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줄곧 예비 명단에만 이름을 올린 그는 마침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꾸준히 계속 지켜봐 왔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초까지도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활약을 지켜본 결과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리그에서 8득점을 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였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신욱도 미소를 보냈다. 그는 "월드컵, 아시안컵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선발됐다.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내가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어떤 역할을 해야 될지 많이 생각했었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 중 내가 필드 플레이어중에선 최고참으로 알고 있다. 팀이 하나 될 수 있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 또 공격수의 위치에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도 더 고민해 좋은 경기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김신욱은 필드플레이어 가운데는 '최고령'이다. 그의 가세로 공격라인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키는 역시 김신욱이 쥐고 있다. 최전방에는 김신욱과 함께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24·상주)이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의 구도라면 '김신욱 선발, 이정협 조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이용재(나가사키)는 섀도 스트라이커, 김승대(포항)와 이종호(전남)는 섀도 스트라이커는 물론 측면 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재 김승대 이종호가 모두 미드필더로 발탁된 것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측면 자원 활용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풀백 자원을 공격쪽으로 올릴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공격 능력이 어떤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웠다"며 "공격수 중에 손흥민 이청용과 같은 측면 공격수는 없지만 때로는 측면에서 활약했던 김승대 이종호 등을 선발했다. 이들을 측면에서 활용하면서 공격적 능력을 활용하겠다. 다만 이들이 수비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욱과 이정협을 제외하곤 '멀티'가 대세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과 이정협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야봐야 한다. 어떤 것이 팀을 위해 가장 좋은 부분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답을 미뤘다. 김신욱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그의 '태극마크 시계'가 재작동을 시작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