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완벽했다. 딱 하나, 팀이 역전패를 당한 것 빼고 말이다.
kt의 새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가 첫 번째 승리가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저마노는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 호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필 어윈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고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전 첫 승리를 따내며 기분 좋은 복귀 신고를 했던 저마노는 두 경기 연속 호투로 후반기 맹활약을 예고했다.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1실점. 정말 효과적인 투구였다. 투구수는 단 94개에 그쳤다. 직구 최고구속은 141㎞에 그쳤다. 하지만 한화 타자들은 저마노의 공을 쉽게 때려내지 못했다.
비결은 느린 구속임에도 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지저분한 투심과 낙차 큰 커브. 그리고 정확한 제구력이었다. 저마노는 이날 경기 94개의 공 중 투심패스트볼을 57개나 던졌다. 우리가 흔히 직구라고 말하는 포심패스트볼은 단 1개 뿐이었다. 투심패스트볼은 공에 걸친 두 손가락 중 한쪽 손가락에 힘을 더 줘 공을 찍어 던져 직구처럼 들어가다 마지막 조금씩 변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타자가 직구로 보고 방망이를 내면 빗맞아 땅볼이 나오기 일쑤다. 탈삼진이 2개로 적었지만 성적은 매우 좋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타자가 움찔할 정도의 각도 큰 커브도 일품이었다. 구속은 100㎞ 후반대에서 110㎞로 커브 치고도 느렸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각도로 타자의 눈을 현혹시켰다.
여기에 제구까지 정확하니 빠른 템포의 승부로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제구와 변화구 위주 투수의 경우 기복 없이 공을 던진다는 강점이 있다. 그래서 저마노의 다음 투구가 더 기대된다.
지난 두산전 7이닝 1실점 투구에 이어 또다시 7이닝을 소화했다. 의미가 있다. 한화전에서는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무너졌지만 kt는 김재윤이라는 필승조에 장시환이라는 마무리가 있다. 7회까지만 선발이 버텨주면 승리 계산이 된다는 뜻이다. 저마노가 앞으로도 이 2경기 같은 투구만 해준다면 kt는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다.
팀이 4대7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팀 패배 외에는 모든게 완벽한 투구였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