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시즌 전반기의 한화 이글스는 불펜진을 풀가동하면서 성적을 냈다. 송창식은 중간계투 뿐만 아니라 선발로도 나섰고, 박정진과 윤규진, 권 혁 등 이른바 '필승조 3인방'은 일주일에 3회 등판을 예사로 했다. 박정진은 55경기에 나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가 됐다. 또 권 혁은 76⅓이닝을 소화하면서 거의 선발 투수만큼 던졌다. 오히려 LG 트윈스 선발 투수인 류제국(12경기 71이닝)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셈이다.
이러다보니 전반기 막판에는 이들의 구위도 점점 떨어졌다. 6월까지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3으로 리그 전체 3위였다. 한화를 5위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7월 이후 한화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5.82로 나빠졌다. 리그 6위에 해당한다. 불펜진의 체력과 구위가 확실히 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증거다. 그래서 불펜진의 체력 안배가 후반기 한화의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한화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전반기 막판 경기에 투입돼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꽤 호평을 받은 루키 김민우가 그 주인공이다. 6월 내내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은 채 불펜에서만 대기하며 김 감독의 집중조련을 받은 김민우는 7월이 되자 본격적으로 경기에 다시 투입됐다. 그리고 7월에 나선 4경기(7⅓이닝)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김민우의 활약은 김성근 감독으로부터도 꽤 호평받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면서 후반기 김민우의 중용을 예고했다. 김민우로서는 반가운 징조다. 사실 그간 계속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김민우의 속은 타들어갔다. 늘 "불러만 주시면 나가서 던지고 싶은데 계속 기회가 없다"면서 아쉬워하던 그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6월까지만 해도 김민우의 구위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제구력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한화는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김민우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아니었던 것. 박빙의 1점차 승부에서는 필승조가 우선 투입되는 게 맞다. 또 지고 있어도 김 감독은 필승조를 넣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역전의 기회가 오기 때문. 그래서 한화는 리그 최다 역전승(27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승률 5할을 훌쩍 넘어 다소 여유가 생긴 덕분에 김민우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또 김민우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 좋은 투구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 이로 인해 김민우는 후반기에 분명 불펜의 새 활력소가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