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O리그의 전반기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팀. 두 말할 것도 없이 한화 이글스였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중독성 강한 야구를 펼쳐 팬들의 시선을 붙들어 잡았다. 그래서 '마리한화'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짧은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KBO리그가 21일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했다. '후반기'의 경기수는 오히려 전반기보다 적다. 그래서 더 치열한 레이스가 예상된다. 한화 역시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마리한화'의 중독성은 후반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즐거움도 한층 커질 듯 하다. 후반기 한화 야구의 3대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관전 포인트 1. <가을잔치 티켓, 움켜쥘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바로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일 것이다. 지난 7년간 한화는 늘 가을에 푹 쉬었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을 마지막으로 늘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팀들이 한창 치열하게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할 때 한화 선수들은 대부분 TV를 통해 그 장면을 부럽게 쳐다보기만 했다.
특히 지난 3년간은 아주 한가하면서도 괴로운 10월을 보내야 했다.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 결국 한화는 이런 수모를 씻기 위해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의 영입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강도높은 지옥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날리고, 기본기를 옹골차게 다졌다. 그 결과 한화는 전반기에 대단한 반전에 성공했다. 44승40패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로 전반기를 끝냈다.
그래서 과연 후반기에도 한화가 이런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 지가 최대 관심사다. 사실 김성근 감독은 이같은 순위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원래 김 감독이 전반기에 세운 목표는 승률 5할 마진에서 +7승을 하는 것이었다. 3승이 부족했다. 김 감독은 "아쉽게 진 경기가 몇 개 있었다. 그 경기들을 잡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위에 있었을 것"이라며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후반기에도 김 감독과 한화는 여전히 전반기처럼 '끝장 승부'를 펼칠 것이 확실하다. 이 작전이 전반기처럼 이뤄진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하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바로 '부상'이다. 경기 중이나 훈련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생기는 부상은 한화가 후반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적이다. 이미 한화는 전반기에 정근우 조인성 김경언 김태균 등 간판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그런데 후반기에 주전급 선수들 중에 부상자가 생기는 건 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관전 포인트 2. <4연승, 7전8기 성공할까>
전반기의 한화는 대단히 특이한 행보를 걸었다. 긴 연패를 당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긴 연승도 경험하지 못했다. 6월 초순까지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연패'를 피하면서 '마리한화' 야구의 신드롬을 만들었다. 비록 6월17일 대전 SK전부터 21일 창원 NC전까지 시즌 첫 5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이 기록은 깨졌다.
후반기에 한화는 또 다른 기록을 깨트려야 한다. 바로 '4연승 실패 기록'이다. 이 또한 전반기 한화 야구의 특이점 중 하나였다. 아슬아슬하게 추락 위기를 벗어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순간에는 거꾸러졌다. 그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무려 7번이나 된다. 3연승을 7번이나 하고, 4연승에 도전했는데 전반기에 모조리 실패했다.
그래서 후반기에는 과연 한화가 '4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된다. 결국 한화가 '4연승 달성'에 성공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분명 더 상위권으로 올라선다는 뜻이다. 이는 곧 '가을잔치 초대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성근 감독은 "그만큼 아직 우리(한화)의 힘이 약하다는 증거"라면서 "선발투수가 길게 버텨줘야 4연승 이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4연승 달성'의 최대 관건은 선발진의 분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배영수와 송은범 등 전반기에 부진했던 투수들이 힘을 내줄 필요가 있다. 결국 이들의 분발이 4연승 달성의 선결과제다.
▶관전 포인트 3. <5년만에 30 홈런 타자 나올까>
개인 타이틀 부문에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투타에 걸쳐 꽤 오랫동안 한화에서 자취를 감췄던 기록 달성자들이 탄생하게 될 지 지켜볼 만 하다. 우선 타격 쪽에서는 '30홈런 타자'의 재탄생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화의 팀 이미지는 원래 활화산처럼 터지는 타선이었다. 그래서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런 명성은 과거의 기억이 된 지 오래다. 기본적으로 홈런 타자가 최근 수 년간 사라졌었다. 2010년에 최진행이 32개의 홈런을 친 이후 30홈런은 커녕 20홈런을 친 타자도 없었다. 이처럼 대형타자가 사라지면서 한화는 급격히 추락했다.
그런데 올해는 오랜만에 20홈런 타자가 나올 가능성이 확실하다. 잘하면 30홈런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팀의 주장이자 4번 타자인 김태균이 전반기 78경기에서 17개의 홈런을 쳤기 때문. 일단 이런 페이스라면 20홈런을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30홈런'이다. 전반기의 경기당 홈런 생산 비율을 계산해 후반기에 한화의 잔여 경기수인 60경기에 적용해보면 약 13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면 정확히 30홈런이 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계산상의 수치다. 김태균의 홈런 생산 페이스는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30홈런 달성이 가능하다'라고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책임감이 강한데다 승부처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김태균이라면 후반기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더 좋은 타격감을 이어갈 수도 있다. 어쨌든 김태균은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과연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