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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동맹' 해체, 후반기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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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KIA 타이거즈, 8위 롯데 자이언츠, 9위 LG 트윈스. 7위부터 9위까지 20일 현재 2게임차로 붙어있다. KBO리그 최고 인기팀, 최고 관중동원력을 자랑하는 세 팀이 7~9위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최근 몇 년 간 상하위에 포진했던 세 팀이 올해 나란히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이른바 '엘롯기 동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엘롯기 동맹'의 재출현이다.

KIA, 롯데는 시즌 전부터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지만, LG의 부진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최근 3년 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지난해 10월 우여곡절 끝에 재신임을 받았던 선동열 감독이 갑자기 지휘봉을 놓고 김기태 감독 체제를 맞았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기본 전력이 부족해 올해는 리빌딩 시즌으로 생각했다. 3월 초 윤석민이 합류해 힘을 보탰다고 해도, 전력에 비해 그동안 선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롯데도 정상 전력으로 보기 어려웠다.

출발은 산뜻했는데, 체력에 문제가 있다. 개막전부터 6연승을 달렸던 KIA, 5월까지 5할이 넘는 승률을 유지했던 롯데 모두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부진에 빠졌다. KIA는 7월들어 선발진이 무너져 추락했고, 롯데는 6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3승10패, 승률 5할6푼6리를 기록하며 반등 분위기를 만들었던 LG는 7월에 접어들어 힘이 떨어졌다. 그래도 무기력했던 시즌 초반 그 트윈스와 차이가 크다. 세 팀 모두 올스타 브레이크가 반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엘롯기 동맹'의 해체는 후반기에 가능할까.

상위권 도약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고 해도, 이들이 선전해야 KBO리그가 산다. 순위싸움이 더 흥미로워지고, 리그 전체 흥행 부진도 만회가 가능하다. 세 팀이 갖고 있는 반전의 시나리오, 바라는 그림을 살펴보자.

KIA는 20일 필립 험버를 웨이버 공시하고, 새 외국인 투수 에반 믹(32)과 계약했다. 오랜 고민끝에 뽑아든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다. 험버는 12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2번뿐이었다. 에이스 양현종에 이어 2선발 역할을 기대했는데, 선발 로테이션조차 지켜주지 못했다.

험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타이거즈 선발진 구상이 무너졌다. 지난 6월 26일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⅔이닝 1안타, 4볼넷, 2실점한 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험버는 다시 기회를 잡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퇴출 겨정이 늦어졌다.

KIA는 양현종, 조쉬 스틴슨에 에반 믹이 함께하는 견고한 1~3선발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최근 한달 간 최고의 활약을 했던 임준혁까지 가세하면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시즌 내내 침체가 이어진 타선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운드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데, 새 외국인 투수가 중심에 있다.

롯데는 전반기 종료 직후에 염종석 투수 코치를 내리고 주형광 3군 투수 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렸다. 또 서한규 수비 코치, 김대익 주루 코치가 1군에 합류했다. 코칭스태프 교체의 핵은 투수 코치다. 만성적인 마운드 문제를 뚝딱 해결할 요술 방망이는 없다. 급한대로 분위기 쇄신을 노린 결정이다.

팀 평균자책점 5.05. 롯데는 신생팀 kt 위즈를 제외하고 유일한 평균자책점 5점대 팀이다. 선발보다 불펜 부진이 더 심각하다. 구원투수들이 들쭉날쭉해 경기 후반 어려움이 컸다. 코칭스태프 교체가 분위기 쇄신으로 이어진다면, 이전과 다른 자이언츠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시즌 팀 타율이 2할7푼5리인데, 득점권 타율이 2할3푼3리다. LG는 KBO리그 10개 팀 중 득점권 타율 꼴찌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려 온 KIA보다 더 좋은 공격력을 갖고 있지만 찬스에서 무기력했다. 7월에 열린 12경기에서는 2할1푼2리로 더 떨어졌다. 시즌 중에 타격코치를 교체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은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기는 길을 찾는 방법을 찾았다"고 전반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마운드 사정도 좋은 건 아니지만, 타선 집중력이 이전보다 좋아진다면 '미라클 LG'를 바라볼 수도 있다.

후반기 '엘롯기'의 선전을 기대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