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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장군', 황의조 '멍군'… 해결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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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해결사는 달랐다.

FC서울은 박주영이었고, 성남은 황의조였다. 잠잠하던 골문은 후반 30분이 지나서야 열렸다. 나란히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웃지 못했다. 성남과 서울이 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서 1대1로 비겼다.

성남은 3연승이 끊겼지만,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이어갔다. 승점 30점으로 5위를 유지했다. 서울은 최근 4경기에서 1승3무를 기록했다. 무승부가 너무 많다. 그래도 승점 32점을 기록, 3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2위 수원(승점 39)과의 승점 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전반은 성남 공격의 핵인 김두현의 잔치였다. 녹색 도화지에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렸다. 송곳같은 패스로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골운이 없었다. 성남의 원톱 황의조도 눈에 띄었다. 전반 33분과 38분 날카로운 슈팅이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서울은 수문장 김용대의 선방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전반은 득점없이 끝이 났다. '쇼타임'은 후반 11분 박주영이 교체투입되면서 시작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줄곧 선발 출전 중인 박주영을 전반 벤치에 쉬게 했다. 그는 "전반 김현성과 윤일록을 통해 상대의 힘을 뺀 후 박주영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박주영은 후반 16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서곡이었다. 후반 35분 드디어 골문을 열어젖혔다. 세트피스에 이은 문전 혼전에서 집중력이 돋보였다. 몰리나의 프리킥을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펀칭으로 걷어냈다. 이를 윤일록이 헤딩으로 응수했다. 이웅희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가 맞고 오른쪽으로 흘렀고, 박주영이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방향만 바꾸면 골네트를 갈랐다. 1일 제주전에서 4호골을 터트린 그는 2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그러나 박주영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황의조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경기 전 황의조에 대한 두터운 신뢰감을 표현했다. "황의조는 성실하고, 시키는 데로 한다.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볼터치를 간결해야 한다. 집중마크에 대해서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전반 잇따른 찬스를 놓친 황의조는 후반 37분 이종원의 로빙패스를 받아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서울 수비수를 따돌린 후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1일 대전전에 이어 골폭죽을 재가동한 황의조는 8호골을 기록했다. 전북 이동국(8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득점왕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득점 부문 선두 에두(전북·11골)와의 격차는 3골이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결국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서울과 성남의 혈투는 승점 1점 싸움이었다. 하지만 '킬러들의 잔치'는 수도권 싸움의 백미였다. 성남=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