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정신이 필요한 때다."
'권중사' 권하늘(27·부산상무)이 스페인전 첫승, 사상 첫 16강행을 다짐했다. "스페인전은 군인정신이 필요한 경기"리고 했다. "수사불패의 정신, 여기서 죽고 가야죠"라며 강한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정협이 거수경례 골 세리머니를 펼친 것을 언급하자 "나도 그게 목표다. 골을 넣으면 좋겠다. 골을 넣고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부대장님이 코스타리카전을 TV로 보셨다고 들었다. 교회에서 '하늘이 슈팅이 아깝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 부대장님이 보시는 앞에서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보실 때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의 미소를 지었다.
권하늘은 15일 조별리그 최종전 스페인전을 위해 오타와로 입성하며 아주 특별한 환영을 받았다. 캐나다대사관에 파견중인 공군 대령 최장민 무관이 주캐나다 국방무관부를 대표해 '우리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국군 권하늘 중사'라는 문구를 들어올렸다. '이기고 돌아간다'는 붉은 글씨를 새겼다. 캐나다여자월드컵 무대에서 절도 있는 거수경례를 붙이는 권하늘 사진과 함께였다. 권하늘은 "깜짝 놀랐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대령님이 환영해주셨다. 곧바로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고 했다. "'이기고 돌아간다'라는 문구를 방 앞에 붙여놨다"고 했다.
윤덕여호의 10년차 주전 미드필더, 권하늘은 팀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다.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97경기에서 15골을 기록중이다. 9년 전인 2006년 11월30일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2대0 승)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베이징올림픽 예선,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예선, 인천아시안게임 등 주요 경기에 꾸준히 나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해온 '언성 히어로'이자, 끼 많고, 흥 많은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플레이메이커' 조소현과 더블볼란치로 발을 맞추며 중원을 조율하고 있다. "소현이와는 워낙 오랫동안 발을 맞춰왔다. 소현이가 수비형, 내가 공격형. 소현이가 볼 배급을 위해 올라갈 때는 내가 수비형으로 지킨다. 우린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고 했다.
권하늘은 여자 축구선수 최초의 센추리클럽에 도전중이다. 조소현, 전가을 등 1988년생 절친 동기들은 "월드컵에서 하늘이의 100경기를 채워주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다. 100경기를 말하자 "아, 그 얘기 좀…"하며 손사래쳤다. 18일 E조 조별리그 최종전 스페인전은 그녀의 98번째 A매치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스페인을 이기고 조2위로 16강에 극적으로 진출한다면 99번째 경기를 하게 된다. 8강까지 오른다면 100경기를 채우게 된다. "캐나다에서 100경기를 채우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스페인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수많은 경기에 출전해왔지만, 월드컵은 다른 경기와 확실히 다르다. 월드컵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긴장이 더 된다"고 했다. "A매치를 많이 뛰었다고 해도 A매치의 긴장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다. "2006년 도하, 2008년 베이징 예선때보다는 확실히 성장했다. 상대가 두렵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 비디오를 보면 상대가 압박할 때 미스가 많다. 여유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인으로서 스페인전과 같은 벼랑끝 총력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하늘은 망설임없이 "전략!"이라고 답했다. "제대로 대장부터, 잘하는 놈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 대장부터 잡으면 그 다음은 꼼짝 못한다"고 했다. "스페인 잡고, 100경기 가야죠!"라더니 옆에 있던 지소연을 바라봤다. "(지)소연이가 100경기 채워주기로 약속했어요! 그지? 소연아." 오타와(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