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선수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 자기 자리가 아닌 포지션에서도 뛰어야 할 것 같다."
지난 13일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를 마친 서정원 수원 감독의 말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수원의 현재가 됐다.
'레알 수원'은 과거가 된지 오래다. 3~4년 전만 해도 수원은 모기업 삼성의 든든한 투자를 앞세운 K리그의 리딩 구단이자, 최고 인기 구단이었다. K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으로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벤치도 국가대표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322억원(2011년)→301억원(2012년)→280억원(2013년·이상 삼성전자 포함 계열사 지원액 총액)으로 모기업 삼성의 지원이 줄어들고, 2014년 4월 1일 모기업이 삼성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큰 변화가 도래했다. 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이 스타 영입에서 유소년 육성으로 바뀌었다. 구단의 목표도 성적이 아닌 마케팅이 우선순위가 됐다. 이런 정책으로 수원은 민상기, 권창훈 등 유스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현재 수원의 주전으로 자리잡는 성과도 거뒀다. 수원은 향후 5년 내 베스트 11의 70%를 유스 출신 선수로 채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시즌 20주년 역사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구단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데도 성공했다.
반면 투자 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지 못했다. 올시즌 얇아진 스쿼드가 대표적이다. 수원의 선수단은 최근 3년간 매해 줄어들고 있다. 2013년 35명 규모의 선수단이 34명(2014년)→32명(2015년·이상 개막일 선수 등록 기준)까지 줄어들었다. 시즌 중 플레잉 코치인 곽희주가 합류한 덕분에 현재 선수단은 33명이다. 이 중 거의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장현수 한성규 방찬준 등 신인 5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을 제외한 27명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K리그 클래식을 동시에 소화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됐고,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열리는 제주와의 클래식 16라운드 경기에서는 역대 최악의 선수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부상에 A대표팀-올림픽대표팀 차출, 경고 누적까지 겹쳐 10명이 뛸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이 주전급 선수들이다. 염기훈과 정성룡은 A대표팀, 장현수와 연제민은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됐다. 조성진은 경고 누적으로 제주전에 결장한다. 중앙 수비수 민상기도 부상 중이라 출전할 수 없다. 주전 중앙 수비수가 모두 빠지게 됐다. 중원 구멍은 더 크다. 2주 진단을 받은 '중원 사령관' 김은선은 7주째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아직 러닝도 못하고 있다. 오장은은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상호는 성남전에서 부상을 했고, 카이오는 3주째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부상자로 인한 전력 누수에 피로까지 겹쳐 경기력은 최악이다. 제주전에서는 베스트 11을 짜기도 힘들다. "24경기를 했는데 상당한 후유증이 밀려오는 것 같다. 광주전(0대1 패)은 최고로 못한 경기였고, 성남전(1대1 무)에서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미드필드 자원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 이제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 11명을 선발로 내보내야 할 것 같다. 부상자가 많아 자기 자리가 아니어도 뛰어야 할 것 같다." 서 감독의 한숨 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상대는 올시즌 홈경기에서 단 1패도 없는 제주다. 올시즌 리그에서 최다 연속 경기 무승이 2경기(3차례)에 불과했던 수원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