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 앞에 패션고사를 내밀었더니, 눈이 반짝반짝 거립니다. 보통은 당황스러워하는데, 의외의 반응이었죠. 알고보니 윤춘호 디자이너, 학창시절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시험지를 마주하니 열심히 풀고 싶어진다는 그. 독특하죠? 실제 그는 가장 최장시간 패션고사를 풀었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나 열심히 푸는 모습을 보니 출제자의 기분도 괜히 좋아집니다. 그 결과, 윤춘호는 100점 획득에 성공합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모범생 출신 패션 디자이너. 캐릭터 있죠?
1번 문제, 패션과 관련된 명제 중 가장 동의할 수 없는 것으로 그는 '패완얼', 즉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를 들었습니다. 그는 옷을 잘 입고 싶으면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자기자신에 맞게 입으면 된다고 합니다. 누구나 고유의 매력이 있으니 잘 발굴하여 가꾸면 된다는 이야기로 들리죠?
2번 문제, 아르케의 콜렉션 연도와 콘셉트를 올바로 짝짓는 문제, 그에게는 누워서 떡먹기 였습니다.
3번 문제, 드라마 작가가 꿈이라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 가장 애청하는 작품을요. 그는 안판석 정성주 콤비의 명드로 불리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를 단번에 꼽습니다. '압구정 백야'를 꼽을 것만 같았던 것은 출제자만의 착각이었네요.
4번 문제, 윤춘호가 수상하지 못한 콘테스트를 묻는 질문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납니다. 정답은 ⑤ 서울 국제 패션 콘테스트. 그 말인즉슨, 한국 패션디자이너 연합회 올해의 신인상, CFDK 어워드 올해의 신인디자이너상, 두타 디자이너 콘테스트,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는 모두 수상했다는 말이죠.
5번 문제는 그가 과거 출연했던 패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동료 선후배 디자이너의 특성을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한참 고민하긴 했지만, 역시 정답을 고르는 것에 성공합니다.
O,X 문제까지 단번에 풀어버린 그. 주관식 문제에서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멋진 명언'을 남기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결국 고심 끝에 그가 내린 패션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바로 '시각적으로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옷' 이었습니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그의 의지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죠.
또 그는 패셔니스타의 조건 3가지로, 스키니한 바디라인과 스타일링 감각, 그리고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꼽았습니다. 살...은...아무래도..빼야 하나봐요..ㅠ_ㅠ 그렇다면 끝으로 제2의 윤춘호를 꿈꾸는 디자이너 꿈나무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남겼을까요? 사실 이 문제는 가장 긴 시간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답을 들을 수 있었죠. "너무 화려한 모습만 보기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막무가내로 도전하기 보다 만반의 각오를 다지고 도전하라는 선배의 뼈아픈 충고였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윤춘호에게 깜짝 티셔츠 디자인을 청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색상 선택부터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그. 비루한 스케치의 티셔츠 안에 지극히 아르케스러운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티셔츠가 완성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 모델 이영진이 입고 온 셔츠의 디자인을 다시 구현한 것입니다. 이영진이 착용한 의상은 당연히 아르케의 것이고요.이렇게 스케치로 다시 보니, 색다르네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