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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서는 구승민, 최적화된 5선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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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이 보물을 발견해낸 느낌이다. 대단히 화려한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잘 다듬으면 값비싼 다이아몬드 이상의 가치를 할 수 있는 원석이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 대졸 2년차 투수로 1군 무대 두 번째 선발등판. 여기에 선발 맞대결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롯데는 부상, 컨디션 관리 등의 이유로 손아섭-황재균-박종윤 등 주축 타자들이 다수 빠진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신인 선발투수가 기죽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씩식했다. 씩씩하기만 한게 아니라 공도 잘던졌다.

구승민은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 5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의 투구가 좋았고, 타선이 터지지 않아 패전투수가 됐지만 김광현과 비교해 절대 밀리지 않은 매우 훌륭한 투구를 했다. 5회까지 솔로홈런 2개만을 허용했다. 6회 2사까지 잘 잡았다. 하지만 1, 2루 위기서 바뀐 투수 강영식이 박정권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해 구승민의 실점이 2점 더 늘어났다. 실점은 많았지만 내용이 좋았다. 홈런 2개를 내줬지만 이 홈런 2개 포함 총 피안타수는 4개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볼넷이 단 1개도 없었다는 점이다. 투구수가 76개에 그쳤다. 매우 효율적인 피칭이었다.

첫 등판부터 가능성을 보였다. 구승민은 지난 21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무대 첫 선발등판하는 감격을 누렸다. '땜빵' 선발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 롯데 선발은 이인복이었는데, 20일 경기에서 투수 소모가 많았던 롯데는 이인복까지 써버렸다. 급하게 수원에서 2군 경기를 치르던 구승민을 콜업했다. 정말 떨렸을 경기. 4⅓이닝 2실점의 무난한 투구로 팀의 4대2 승리의 발판을 놨다. 당시 구승민과 송승준의 1+1 작전이 성공하며 롯데는 20일 3연전 첫 번째 경기 패배를 설욕했고, 3연전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웬만해서는 제구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투구폼이 부드럽고 예쁘다. 제구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흔들림없는 투구 자세. 이날 경기 76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가 50개나 됐다. KIA전에서도 볼넷은 1개 뿐이었다. 여기에 직구가 낮게 깔려들어온다. 연타를 허용할 확률이 매우 적다. 실전에서 크게 긴장하지 않는 성격임도 증명했다. 선발 데뷔전, 김광현과의 맞대결 모두 잘 이겨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위에 언급한 강점 속에서 약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제구 위주의 투수다. 구위가 크게 위력적이지는 않다. 이날 경기 직구 최고구속은 146㎞를 기록했는데, 보통 140㎞ 초반대 공이다. 제구가 잘 되면 괜찮지만 실투가 나오면 끝이다. 잘 던지다가도 뜬금없는 솔로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SK전 1회 박재상과 4회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았다. KIA전에서도 최희섭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100% 완벽한 투수는 있을 수 없는 법. 구승민이라는 투수의 강점을 더 눈여겨 봐야 한다. 어느 경기든 9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기대하기는 힘들어도, 5~6이닝 2~3실점 정도의 투구는 꾸준하게 기대해볼만한 투수다. 투입하면 딱딱 계산이 서는 스타일이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운영하는데 매우 좋은 유형이다. 5선발 역할을 하기에는 최적이다. 물론, 아직 2경기 던졌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예쁜 투구폼을 가진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급격히 망가지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롯데는 이날 경기 0대6으로 완패했지만 구승민의 투구를 생각하면 위안을 삼을 수 있을 듯 하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