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에게는 지독히도 불운한 날이었다.
27일 창원 NC전 선발등판. 그는 부진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랬다.
5⅔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7실점(6자책점).
하지만 많은 실점을 한 1회와 6회, 상황 자체가 너무나 꼬였다.
1회 박민우의 강한 타구가 2루수 오재원 쪽으로 향했다. 슬라이딩 하면서 잡아낸 타구. 하지만 송구가 불안하면서 1루수 김현수가 놓쳤다.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그럴 수 있다.
이후 김종호의 완전히 빗맞은 타구가 공교롭게도 1루선상으로 절묘하게 흘렀다. 니퍼트와 김현수는 수비가 겹쳤고, 1루는 텅텅 비었다. 이것도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나성범의 빗맞은 타구 역시 1루 선상으로 매우 까다롭게 흘렀다. 니퍼트가 잡았는데, 순간 주자와 1루수가 겹쳤다. 점프한 뒤 송구했지만, 김현수가 놓쳤다. 니퍼트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구에서 빗맞은 내야안타나 텍사스 안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세 차례 연속으로 겹쳐서 발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인내심이 강한 니퍼트조차, 나성범을 출루시킨 뒤 하늘을 보면서 한숨을 쉴 정도였다.
결국 무사 만루에서 테임즈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줬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호준의 타구가 3루수 앞으로 흘렀다. 충분히 포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런 앤 히트가 걸린 상황에서 3루수는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가 역동작에 걸렸다. 결국 2타점 적시타로 둔갑했다. 3점을 내줬다.
하지만 니퍼트는 안정을 되찾고 지석훈을 병살타로 유도, 급한 불을 껐다. 이때부터 니퍼트와 NC 선발 에릭 해커의 힘대결이 시작됐다.
두산은 양의지의 펜스 직격 적시 2루타로 1점을 추격했다. 니퍼트는 2, 3회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마운드가 안정이 되면 타선이 추격할 수 있는 확률은 당연히 커진다. 3-1로 NC가 앞서고 있었지만, 불안한 리드였다.
문제는 6회였다. 테임즈에게 우전안타와 도루를 허용했다. 무사 2루 상황에서 올 시즌 최고의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호준을 삼진처리. 이종욱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2사 3루 상황.
하지만 지석훈에게 깨끗한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여기에서 니퍼트는 약간 흔들렸다. 손시헌에게 몸에 맞는 볼, 김태군에게 볼넷을 내줬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니퍼트는 박민우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그런데 느린 타구가 유격수 앞으로 흘러갔다. 김재호가 혼신의 힘으로 대시, 1루에 던졌지만 세이프. 두산이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추가 실점했다. 여기에서 타이밍을 뺏긴 김종호가 툭 건드린 타구가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로 떨어지는 절묘한 텍사스 안타가 됐다. 또 다시 두 차례의 타구가 연속적으로 안타로 둔갑했다. 결국 6회에만 4실점. 두 차례나 불운이 집중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수많은 변수가 혼재된 야구장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운도 실력이다.
하지만 올 시즌 최악의 결과를 온전히 니퍼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나 불운했던 날이었다. 장면 장면을 놓고 보면 그랬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