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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야특타의 진실, '김경언 중상' 대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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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위기다. 대비를 해야하지 않겠나."

일상적인 야간 특타인 줄로만 알았다. 한화 이글스, 그리고 김성근 감독(73)이라면 일상처럼 반복되는 게 바로 야간 경기 후 특타 훈련이다. 일부 선수들을 호출해 그라운드로 불러모아 감독이 직접 지도한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26일 홈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에 3대10으로 대패한 뒤 김성근 감독(73)은 어김없이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호출했다.

이날 김 감독의 특별 호출을 받은 인물은 총 6명. 베테랑 권용관과 '특타 단골손님' 정근우를 필두로 이성열과 송주호 강경학 황선일이 경기를 마친 뒤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오후 10시경 그라운드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연습복이 아닌 동료들의 옷을 빌려입고 나올 정도. 그래서 황선일의 등번호는 '25번(최진행)'이었고, 송주호는 '07번(주현상)'이었다. 사실 누구의 연습복이면 어떤가. 어차피 금세 땀투성이, 흙투성이가 될 터인데.

그런데 알고보니 이렇게 급박하게 특타 스케줄을 만든 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팀 전력의 핵심이자 올해 '가성비 최고 FA'로 손꼽히는 김경언(33)의 부상이 심각하기 때문. 이날 경기에서 KIA 선발 임준혁의 공에 맞은 오른쪽 종아리 부상이 심각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 당장 27일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큰 상실감에 빠진 김 감독은 "한 달 이상 못나올 듯 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김경언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둘러 야간 훈련을 계획한 것이었다. 김 감독의 심정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 지 알 수 있는 대목.

김 감독은 "지금 우리 팀은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제대로 선발 오더를 짜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김태균이 아파서 못나오는데다가 이용규도 허리 통증이 생겼다. 여기에 김경언까지 빠졌다.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언은 이날 KIA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1회말 2사 후 첫 타석에서 임준혁이 던진 초구에 오른쪽 종아리 부근을 맞았다. 공의 위력도 강했지만, 특히 부위가 좋지 않다. 김경언은 부상 후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단순 타박상'이라고 했는데, 후유증이 매우 큰 듯 하다. 결국 김 감독은 김경언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재활을 지시할 수 밖에 없었다.

한화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다. 김경언은 26일까지 46경기에 나와 타율 3할5푼2리 8홈런 35타점으로 맹활약해왔다. 이용규에 이어 팀내 타율 2위이자 전체 3위. 한 마디로 한화 전력의 핵이다. 그런 김경언이 빠진다. 공격 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에서도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26일 경기를 마친 뒤 일부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불러모은 것이다. 면면을 보면 현재 팀 엔트리에서 김경언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주요 백업 선수들이다. 송주호는 외야 수비에 능하다. 황선일은 타격에서 김경언의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 물론 수비도 해야 한다. 김 감독이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이들과 씨름한 까닭. 이 선수들이 빨리 성장해야 팀의 전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정근우다. 정근우는 초반 몇 차례 가볍게 토스 배팅만 한 뒤에 곧바로 글러브를 챙겨 외야로 나갔다. 그리고 배팅 케이지에 있는 타자들이 치는 공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잡아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훈련.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김 감독의 엄청난 복안이 담긴 훈련이었다. 정근우가 외야수로 잠시 변신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날 훈련에 대해 "지금 이용규의 허리가 안좋아 중견수를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팀에서 중견수를 맡을 사람이 누군가 싶다. 그 역할을 정근우가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송주호는 좌익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우의 외야수 변신. 가능성은 꽤 크다.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를 쉽게 시도하는 김 감독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