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산에서 열린 두산-NC전 7회 보기드문 장면이 나왔다. 전 타석까지 3연타석 홈런을 몰아친 외국인타자 테임즈를 김경문 NC감독이 내야수 조평호로 교체했다. 이날 테임즈는 만화같은 하루를 보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으나 두번째 타석에서 만루홈런, 이후 3점홈런, 또 1점홈런을 더했다. 3타석 연속홈런이었다. 타석은 최소 한차례 더 돌아올 수 있었다. 국내프로야구 최다인 4연타석 홈런에 도전할 수 있고, 한경기 최다타점(8타점) 타이를 이룬 상황에서 기록경신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에 도전할 수 있었다. 1점-2점-3점-만루홈런이 한경기에서 나오는 사이클링 홈런은 국내프로야구는 말할 것도 없고 메이저리그에도 기록이 없다. 더블A에서 한차례 나왔을 뿐이다. 사이클링 히트는 본인의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사이클링 홈런은 앞선 주자들이 없다면 홈런을 때려봐야 만들어질 수 없다. 그야말로 한 세기에 나올까말까한 진기한 기록이다. 하지만 김경문 NC감독은 테임즈를 뺐다. 교체에 앞서 테임즈에게 이야기를 했다. 13-0으로 크게 리드한 상황이었고, 뒤늦게 1군에 콜업한 조평호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팀을 위해 교체의사를 밝히자 테임즈는 "알겠다.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경기후에는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팀 승리에 집중했고, 이겨서 좋다"며 밝은 표정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테임즈의 3연타석 홈런을 모를 리 없다. 알고도 뺀 것이다. 선수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의견을 물어보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아쉽고, TV로 경기를 지켜본 프로야구팬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김 감독은 개인기록을 소중하다 여기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는다. 투수의 경우 완투나 완봉, 노히트노런을 시도하다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투구수가 늘어날 수 있다.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선 피로도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 후유증은 남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달 "투구수가 넉넉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록에 도전하는 상황이라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테임즈의 경우 타자여서 체력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 전체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심타자인 테임즈에게 휴식을 주고 조평호에게는 경기감각을 키워주려 했다. 지고 있는 상황과 이기고 있는 상황은 점수차가 커도 선수가 느끼는 긴장도는 다르다. 또 테임즈가 홈런을 의식해 스윙폭이 커지면 스윙밸런스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러가지를 복합해 내린 결정이었는데 당사자인 테임즈가 너무나 쿨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외국인선수들은 용병인 탓에 개인기록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도 기록을 놓고 사령탑, 팀과 각을 세운 외국인선수들이 많았다. 이날 결정과 그 과정을 통해 NC선수단은 '팀'이야말로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는 궁극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