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만에 프로농구에 대형악재가 또 등장했다. 2013년 강동희 전 동부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및 승부조작으로 실형을 받고 제명됐다. 다시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채업자에게 3억원을 빌린 차용증과 베팅지시, 차명계좌 등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감독은 26일 변호인을 통해 차명계좌의 존재는 사실무근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억울하다고 맞서고 있다. 다음달 초 경찰은 전 감독을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 우리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 문명국가는 명확한 판결이 나기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통용된다. 전 감독과 관련된 승부조작 경기의 당사자였던 KT와 지금 몸담고 있는 KGC 관계자들의 증언을 놓고 볼때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실관계는 경찰조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오히려 프로농구판 전체를 보면 실체가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그것이 더 문제다. 때론 소문이 사실을 뒤덮는다. 이번 사건에 전 감독이 연관됐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프로농구 경기를 놓고 억대 도박을 벌이고, 한 경기에 수억원을 버는(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큰 돈이 걸리면 사악한 마음이 발동하기 쉽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승부조작을 시도한다.
이번 일로 불신이 더 커지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다. 감독이 관여됐을 수도 있는 승부조작, 그렇다면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은 깨끗할까. 휘슬 하나에 승부가 뒤집히는 심판, 그들은 아무 연관이 없을까. 사령탑이 선수들을 넣고 빼면서 경기를 좌지우지한다지만 실제 주전 선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의로 실수를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골밑슛의 정확도는 100%가 아니다. 성공률을 70%에서 60%로 살짝 낮춘다고 해서 이를 승부조작으로 몰고가기 힘들다. 박빙승부는 수 점차로 갈린다. 모든 작업은 은밀하게 진행된다. 심판의 경우 억대 연봉을 받는 감독이나 선수들보다 오히려 검은 세력의 타깃이 되기 더 쉽다. 더욱이 지난 시즌은 적잖은 오심파문이 일었다. 심판설명회를 요청한 A구단은 절반이 넘는 사안이 오심이었다는 허탈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시즌중에 도입된 비디오판독은 심판진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연이어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경찰수사를 받는 지경. 팬들의 의구심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의외성이 말살되고,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스포츠는 존재 가치가 없다. '각본없는 드라마'에 각본이 추가되면 누가 경기장을 찾겠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신을 어떻게 차단해야할지, KBL이 목숨을 걸고 고민해야 한다. 강도높은 개혁은 말할것도 없다.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난달 한국농구 발전포럼에서 나온 외국인선수 제도 개선점과 프랜차이즈 강화 등 각종 고민들은 건강한 승부라는 토대위에 어떻게하면 더 멋진 집을 지을까하는 갑론을박이었다.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은 이 모든 행위를 무력화시킨다. 대들보를 허물고 주춧돌을 빼는 행위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