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보다 내실에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
'전남 꽃미남 미드필더' 김영욱(24)은 지난 3일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광주전 전반 26분, 올 시즌 2호골을 밀어넣었다. 볼을 잡다 놓친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낚아챘다. 전광석화처럼 파고들어 골망을 흔들었다. 2대3으로 패했지만 이종호가 무릎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새로운 득점원' 김영욱과 전현철의 연속골은 수확이었다. 그러나 '애제자' 김영욱의 2호골에 대해 노상래 전남 감독은 말을 아꼈다.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겉모습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애정이 깃든 '주마가편'이었다.
'전남 유스' 출신 김영욱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동기이자 절친이다. '광양루니' 이종호의 1년 선배다. 김영욱 지동원 이종호가 함께 뛰던 2008~2009년 무렵의 광양제철고는 전국 최강이었다. 김영욱은 팀 에이스로서 각종 대회 최우수선수상, 득점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입성한 프로의 그라운드에선 의외로 고전했다. 정해성 전 감독도, 하석주 전 감독도 "곱상한 외모에 볼은 참 터프하게 찬다"며 투지와 근성을 인정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이광종 감독이 이끈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낸 후 자신감이 올라왔다. 이승희 이현승 등 지난 몇년간 전남 중원을 책임져온 붙박이 미드필더들이 떠난 올 시즌 기회도 찾아왔다. 전남 레전드 출신 노상래 감독은 첫 지휘봉을 잡은 올해, 입버릇처럼 "김영욱"을 노래했다. '김영욱 살리기'를 모토 삼았다.
올 시즌 김영욱은 7경기서 2골1도움을 기록했다. 2012년 35경기에서 3골5도움을 기록한 이후 지난 2시즌간 공격포인트가 전무했다. 3년만의 공격포인트, 장면들이 하나같이 필사적이었다. 4월 12일 수원과의 홈경기(1대1 무), 0-1로 밀리던 전반 35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이종호를 향해 문전에서 넘어지며 톡 찍어올린 첫 어시스트는 절박했다. '저 자세로 도움을?' K리그 팬들 사이에 진기명기로 회자됐다. 올 시즌 최다실점을 기록한 4월15일 포항 원정(1대4 패)에서 후반 인저리타임 종료 직전 만회골을 터뜨렸다. 김영욱의 골 덕분에 전남은 영패 수모를 면했다. 김영욱은 지난 3일 광주전에서 0-2로 밀리던 전반 26분, 상대 수문장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시즌 2호골을 밀어넣었다. 그러나 팀의 2대3 패배를 막지 못했다. 김영욱은 "다음에는 팀도 이기고, 그 경기에서 골도 넣어서 진짜 제대로 축하받고 싶다"고 했다.
노상래 감독은 '애제자' 김영욱의 올시즌 활약에 대해 "공격포인트 측면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팀을 위한 헌신과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만회골을 터뜨려준 부분도 고맙다. 그러나 영욱이를 향한 내 기대치는 그것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포인트가 선수에게 자신감이 될 수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면보다는 알차게 내실을 기하는 부분에 더욱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욱이는 제주와의 개막전, 부산전에서도 좋은 역할을 해줬다. 끝까지 믿고 쓸 것이다. 나머지 경기에서도 기복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감독이 죽어도, 선수는 살려야 한다"는 말로 애제자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팀플레이어' 김영욱 역시 스승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경기 2골이 팀에 승점을 안겨주는 경기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팀의 승점과 연결되지 못해 아쉬웠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에 대한 생각뿐이다.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은 지난 시즌부터 홈 7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다. 홈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홈팬들의 성원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남 레전드 출신 사령탑 '노상래 효과'와 전북, 수원 등 강팀과도 맞불을 놓는 흥미진진한 경기, 안동일 광양제철소장의 축구 사랑이 어우러지며 매경기 6000명 이상의 구름팬이 광양구장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즐긴다. 전남이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영욱은 '안방 불패'의 각오를 다졌다. "대전전은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반드시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