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났냐? 나도 살아났다.'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인천-제주전은 '키플레이어'의 대결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양 팀은 각자 다른 이유로 절박한 한판 대결이다. 인천은 올시즌 8라운드까지 무승에 그치다가 지난 주말 대전전에서 천금같은 첫승을 거두며 숨을 돌렸다.
지난달 29일 FA컵 32강전 부천FC와의 경기(2대0 승)까지 포함하면 김도훈 감독 부임 이후 첫 연승 모드다.
인천은 이번에 제주와의 홈 11경기 연속 무승(8무3패)의 사슬을 끊고 리그 연승 행진에 접어들어야 상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다.
현재 리그 1위인 제주는 올 시즌 원정경기 무승(2무2패)의 징크스를 깨고 선두 전북을 맹추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김도훈 감독와 조성환 제주 감독은 70년생 친구사이다. 하지만 승부 앞에서는 친구고 뭐고 따질 여유가 없다. K리그 사령탑 가운데 또다른 친구인 노상래 감독의 전남전에서 이미 패한 바 있는 김 감독으로서는 이번 만큼은 더욱 물러설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가 인천의 용병 타깃맨 케빈과 제주의 만능 미드필더 윤빛가람이다. 이들 두 선수는 최근에 부활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케빈은 벨기에 특급이란 별명에 걸맞게 인천에 입단할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높이와 폭발력을 겸비한 만능 공격수다. 하지만 인천 선수단에 합류한 시점이 늦었던 데다, 컨디션이 미처 올라오지 않아서 꾸준한 출전에도 좀처럼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FA컵 32강전에서 마음을 비우고 출전하더니 마침내 골을 터뜨렸다. 당시 김 감독은 3일 예정된 K리그 클래식 대전에 경고 누적으로 케빈을 기용할 수 없게 되자 FA컵에서 경기 감각 조율을 위해 마음놓고 뛰도록 했다.
그렇지 않아도 김 감독은 "케빈이 의욕과 기량은 충분한데 생각했던 만큼 빨리 골이 터지지 않자 마음이 불안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런 김 감독의 걱정을 알았는지 케빈은 특유의 득점 본능을 되살리며 감독의 기다림에 부응했다. 김 감독은 "케빈은 한 번 터지면 계속 이어가는 스타일"이라며 대전전을 거르고 다시 출전하는 케빈의 투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주의 윤빛가람도 최근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고 있는 윤빛가람의 마지막 퍼즐은 골이었다. 그 골이 5일 열린 울산전에서 터졌다. 후반 43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2대1 역전승을 이끌었고, 제주는 홈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윤빛가람은 "이번 골을 계기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을 옭아맸던 '게으른 천재' 이미지에서 벗어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으니 앞으로 무한 질주를 예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골맛'으로 살아난 케빈과 윤빛가람. 토종과 용병 '키플레이어'대결에 인천-제주전의 운명이 좌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