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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설움 날린 인천 DF 김진환 "김도훈 감독 2년전 격려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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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당시 김도훈 수석코치님의 격려를 잊을 수가 없어요."

지난 주말 화제의 매치로 열린 인천-포항전에서 반짝 떠오른 이가 있다. 인천 중앙 수비수 김진환(26)이다.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는 최고 공격수 출신인 황선홍(포항)-김도훈(인천) 감독의 대결이자 포항의 인천 원정 무승 징크스가 걸려 있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인천은 시즌 첫승을 챙기지 못했지만 강팀 포항을 맞아 징크스를 이어갔고, 인천 특유의 끈끈함을 잘 보여줬으니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다.

이날 인천을 구한 선수가 김진환이다. 전반 16분 이천수의 왼쪽 코너킥이 김인성의 머리를 맞고 뒤로 빠지려고 하자 전광석화같이 달려들어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반복 훈련에 충실한 교과서 같은 골이었다. 인천은 평소 세트피스 상황 훈련때 앞에서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는 케빈, 요니치가 처리하지 못하면 뒤에서 헤딩력 좋은 김진환이 잘라 들어가는 패턴을 숙지했는데 이것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골넣는 수비수'가 된 김진환으로서는 그간의 설움도 날려버리는 '한방'이었다. 그 한방이 2011년 프로 데뷔(당시 강원FC 입단) 이후 처음으로 터뜨린 골이었으니 의미도 더 깊을 수밖에.

프로선수 김진환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올 시즌 8라운드 동안 이번이 3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인천으로 이적한 지난해에는 고작 2경기를 뛰었다. 작년 시즌 개막전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후 2군으로 내려가야 했고 시즌 막바지에 1군 그라운드를 잠깐 밟은 게 전부였다. 큰 부상을 한 것도 아니었다. 김진환은 '내탓'이라고 했다. "2014시즌 대비 동계훈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개막전 선발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프로생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럴 때 자신을 버티게 해 준 힘은 팀내 친구였던 구본상(현 울산) 등 주변 사람들의 격려 한마디, 응원 문자메시지였다고 한다. 특히 그의 부활의지를 자극했던 사람은 옛 스승 김도훈 감독이었다. 김진환은 강원FC 소속이던 2013년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당시 김학범 감독이 절친 후배인 김 감독을 수석코치로 불렀을 때다.

벤치와 선발을 오가고 있던 김진환은 당시 김 수석코치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를 잊을 수가 없단다. "진환아, 너는 갖고 있는 재능이 많은 선수다. 잠깐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낙담하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져라."

김진환은 "지도자 입장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과 같아서 슬럼프 극복을 위해 항상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마음속 은인이었던 '수석코치님'이 인천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이다. '이게 무슨 인연인가'싶어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이내 부담으로 돌아왔다. 다시 만난 김 감독에게 예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에서 함께 한 적이 있다고 안도할 처지가 아니다. 실력으로 입증하고 실망시키지 말아야 했다.

동계훈련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휴식시간을 쪼개 웨이트 트레이닝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수비수로서 신체 능력을 더 키우고 싶었다.

그렇게 맞이한 2015년 시즌. 주로 벤치를 지키며 설움이 되풀이되는가 싶었는데 이번 포항전에서 비로소 한 번 잡은 기회에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김 감독은 "김진환은 중앙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두 자리가 가능한 선수다. 포항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비해 뒷공간 커버를 위한 스피드가 필요해서 김진환을 투입했는데 골까지 넣었다. 마지막까지 수비라인 리더 역할도 충실히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진환의 부활 날갯짓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부활하고 싶다고 했다. "골넣는 수비수? 별 의미없습니다. 우리 팀이 이겨야지요. 팀이 발전하고 강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김진환은 2년 전 김 감독이 보내준 격려에 보답하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