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부로 승격한 광주FC의 사령탑인 남기일 감독(41)은 클래식 12개팀 감독 가운데 가장 어리다. 지난해까지는 '최연소 사령탑'의 몫은 최용수 서울 감독(44)이었다.
두 감독이 26일 전남 목포축구센터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광주와 서울이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최 감독은 남 감독에 대해 "열정과 패기, 거칠것없는 도전정신이 무서운 부분이다. 지난해 챌린지(2부 리그)에서 지도자 능력을 검증받았다. 좋은 지도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덕담을 했다. 남 감독은 최연소의 삶에 대해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다. 어렵게 승격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 후회가 없다.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최연소와 지난해까지 최연소 감독의 충돌, 상황은 또 달랐다. 두 팀 모두 반전이 절실했다. 광주는 리그 개막 후 2승1무를 기록하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돌풍은 미풍이었다.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였다. 서울은 18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1대5로 대패하며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21일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득점없이 비기며 고비를 넘겼지만 K리그에서 진정한 반전을 이뤄야 했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웃지 못했다. 1대1로 비겼다. 선제골은 광주의 몫이었다. 전반 22분 조용태의 패스를 받은 파비오가 골문을 열었다. 서울은 전반 40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치우의 크로스를 고요한이 동점골로 연결했다. 더 이상 골망은 출렁이지 않았다. 승점 1점씩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광주는 승점 9점(2승3무3패)으로 8위, 서울은 8점(2승2무4패)으로 9위를 유지했다. 무승부에도 사연이 많았다. 이야기는 박주영(서울)에서 출발한다.
▶박주영 첫 엔트리 제외 왜?
박주영이 복귀 후 처음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11일 공식 입단식 후 서울 훈련에 합류한 박주영은 A매치 브레이크 기간을 거쳐 4일 제주전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2409일 만에 K리그와 다시 만났다. 12일 인천, 15일 대전전에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그는 18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는 교체 출전했다. 하지만 광주전에서는 이름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부상이다. 고질인 무릎 부상으로 원정경기에 함께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몇 경기 강행군을 하다보니 무릎에 무리가 온 것 같다. 크게 걱정을 할 부분은 아니다. 최근 휴식을 취하면서 재활 훈련을 했다. 팀에 합류해서 그동안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경직된 점도 없지 않았다"며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내일 훈련을 체크한 후 주중 FA컵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무릎 재활과 함께 심적으로 쉼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김진규, 광주 서포터스와 충돌
서울은 광저우전에 이어 다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스마르를 중앙에 두고 좌우에 김남춘과 이웅희가 포진했다. 최 감독은 반전을 위해선 수비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반 수비라인이 요동쳤다. 수적 우세에도 뒷공간을 허용하며 균열이 일어났다. 처방전이 김진규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그러나 6분 만에 들것에 실려나왔다.
해프닝이 있었다. 김진규는 관중에서 날아온 뭔지 모르는 물체에 맞아 통증이 발생한 것으로 착각했다. 서포터스와 언쟁을 벌이며 쓰러졌다. 서울 선수들은 물체를 찾기 위해 잔디를 '수색'했다. 그러나 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서포터스석에 날아온 것은 없었던 것 같다. 2부심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근육 파열이 되면 무엇에 맞은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고 했다. 김진규의 '착각'에 무게를 뒀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교체 카드 1장을 잃었다. 최 감독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순간 근육이 올라온 듯하다.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은 김진규 교체 후 포백으로 전환했지만 추가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서울은 계속해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최 감독은 "내부 상황이 좋지 않지만 대체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불안한 기운을 떨쳐버렸으면 한다. 경기장에서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비오 아버지에 바친 첫 골
파비오는 지난 시즌 챌린지(2부 리그)에서 팀 최다인 10골을 터린 광주의 간판 킬러다. 그러나 18일 성남전(0대0 무)에서 경기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승점 3점이 1점으로 추락했다. 그는 서울전에서 클래식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눈물의 골이었다.
그는 요즘 심리적으로 방황하고 있다. 브라질에 있는 아버지가 위독하다. 감독과 팀 동료들의 위로의 말로 안정을 찾고 있고, 이날 골로 화답했다. 남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는데 이번 주 준비하면서 미팅을 했다. 위독한 아버지에 대해 울면서 얘기하더라. 아버지가 오늘, 내일 하신다고 하더라"며 "감독 입장에서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위로가 될 수 있는 말뿐이다. 앞으로도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라운드는 생물이다. 그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목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