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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연서, 안방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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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연서가 없는 안방극장. 상상만 해도 왠지 허전하다. 최근 몇 년 간 잠시도 시청자를 떠나지 않았던 그이니 말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부터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 탑팀', '왔다 장보리', 그리고 최근 종영한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공백기가 거의 없었다. 길어야 다섯 달, 짧게는 두 달. 공백기라 말하기도 무색하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시청자를 만나느라 별로 쉬지를 못했다. 거의 모든 모든 촬영장이 생방송 스케줄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오연서의 근성이 더 놀랍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드라마가 끝나니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며 "소속사에 빨리 작품 스케줄 잡아달라고 닦달했다"고 한다.

오연서는 이렇게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여주인공 신율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하룻밤 인연을 맺은 고려 왕자 왕소(장혁)를 속이기 위해 남자 '개봉이'로 위장한 엉뚱하고 귀여운 여인이면서, 또한 가슴 아픈 사랑에 눈물을 쏟은 비련의 여인이었다. "개봉이와 신율을 오가며 마음껏 신나게 연기했어요. 사극이지만 열려 있는 캐릭터라 제가 채워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남장여자인 개봉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라 억지스럽게 남자처럼 꾸미지 않아도 되니 연기하기 편했어요. 감독님은 제가 남장한 모습이 더 예쁘다고도 하시던걸요.(웃음)"

멜로를 합작한 장혁과의 '케미'도 돋보였다. 오연서는 "장혁 선배는 여배우라면 꼭 한번 함께 연기해야 할 배우"라며 눈을 반짝였다. "장혁 선배는 촬영하는 동안 저에게 한번도 말을 낮춘 적이 없으세요.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는 분이죠. 상대배우를 워낙 잘 이끌어주니까 제 능력보다 더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나중엔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올 만큼 몰입하게 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신율과 왕소의 아련한 엔딩도 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왕소는 왕위에 오르고 신율은 서역으로 떠났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꿈결처럼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을 보니 사후세계 같긴 했지만…(웃음) 저는 실제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두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거든요."

그동안 오연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무척 밝고 씩씩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오자룡이 간다'의 나공주, '왔다 장보리'의 장보리,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신율로 이어지며 점점 성숙해졌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노력하는 것. 오연서가 찾아낸 해법이다. "아직까지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 그리고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후에 차츰 다른 캐릭터들도 연구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연기 변신을 위해 억지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요."

언젠가 찾아올 변화의 시기를 미리 그려보며 오연서에게 도전하고픈 장르를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추리소설 마니아'란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도 범죄물과 스릴러를 좋아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다 읽었어요. 그의 소설로 만든 일본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봤고요. 기회가 된다면 탐정물에 출연하고 싶어요. 어리바리한 탐정 조수나 아름다운 미망인을 가장한 범인 같은 반전 있는 역할이 탐나요.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추리소설을 읽는 건 오연서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덮을 수가 없잖아요. 잡념이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죠. 술도 끊게 된다니까요.(웃음)"

오연서는 10대 시절 걸그룹 'Luv'로 데뷔해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와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올해 우리나이 스물아홉, 오연서에게 20대의 마지막 시간이 꽤 특별할 것 같다. "저는 스물여섯에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그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죠. 예전엔 함께 데뷔했던 친구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치지 않고 한길을 가다 보면 꼭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단역과 조연 시절을 겪었고,주말극, 일일극, 미니시리즈까지 다 경험했어요.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는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오연서에게도 그런 힘이 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숙소 생활을 해서 가족이 무척 그리웠어요. 가족을 생각하며 그 시간들을 버텼죠. 가족은 제가 연기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요즘엔 가끔 독립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푸핫!" 쑥스러우니 괜한 너스레지만, 알고 보면 오연서는 지방 공무원인 아버지께 드라마로 매주 인사드리는 걸 큰 보람으로 여기는 착한 딸이다.

인기 배우도, 누구의 딸도 아닌, 자연인 오연서의 올해 계획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못 배웠던 것들을 배워볼까 싶어요. 승마도 계속 하고 싶고, 일러스트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요. 또 지난해 운전면허를 땄는데 올해는 꼭 차를 살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