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2015 시즌 야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최악의 투-타 밸런스로 휘청이던 팀이 무결점 최강 팀이라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올시즌 끝내기 패배만 4번을 당했고, 직전 3연전에서 KIA 타이거즈와 3번 모두 1점차 승부를 벌며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팀이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는 충격의 밀어내기 사구를 내주며 대역전패했다. 보통 이런 팀이라면 삼성을 만나 분위기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모두 이겨버렸다. 그것도 상대 3연전 선발이 피가로-장원삼-윤성환이었다. 정말 미스터리한 롯데 야구다.
▶한화로부터 이어받은 불명예 '발암 야구'
최근 수년동안 한화 이글스팬들은 한화 야구를 보며 "암 걸리겠다"라는 농을 자주 쳤다. 맨날 지는데, 지는 과정도 머리가 아팠다. 이기는 경기도 불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불을 질렀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달라졌다. 김성근 감독 지휘 아래 팀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경기 후반 역전승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말 3연전 강팀 SK 와이번스를 모두 물리쳤다.
그런데 한화가 떨쳐버린 불명예를 최근 롯데가 쓰고 있다. 롯데팬들은 최근 10점차로 앞서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그만큼 불펜진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양적, 질적 모두 어려운 현실이다. 강영식, 정대현은 수술 후 재활중이고 최대성, 정재훈, 김승회가 2군에 내려갔다.
KIA와의 3연전은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22일 7-6 승리도 경기 막판까지 상대 추격을 허용하며 대위기를 겪었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다. 경기가 끝나면 팬들의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있다. 너무 신경을 쓰면서 지켜봐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욕하면서 보는게 롯데 야구
롯데로서는 천만다행이다. 시즌 초반 팀 운명을 가를 뻔 했던 삼성과의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다시 상승 기운을 마련했다. 물론, 무너졌던 불펜이 살아나며 이겼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거기까지 바라는건 무리였다. 린드블럼-송승준-레일리 선발투수들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다.
어느새 발암 야구가 돼버렸지만, 너무 나쁘게 볼 필요만은 없다. 오히려 흥행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 부산팬들의 특성이 있다. 욕하면서 야구를 끊지 못한다. 구단, 선수단에 대한 욕이 곧 애정이다. 화끈한 팬 스타일상 투수 놀음으로 기계가 짜내는것 처럼 완벽한 승리도 좋지만 최근 롯데 야구 스타일에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상대에 10점을 주고 11점을 내 이기는게 부산의 화끈한 야구였다. 일단 이기는게 중요하다. 중간 과정이 아무리 난잡하더라도 일단 마지막에 웃으면 팬들에게는 해피엔딩이다.
최근 방망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뜨겁다. 흥행 1요소가 갖춰졌다. 이제 남은 건 승리다. 해피엔딩이되, 무난한 멜로보다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스릴러 영화가 팬들을 더 즐겁게 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 롯데는 현 불펜 부진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집중하면 된다. 롯데는 분위기를 타는데 1등인 팀이다. 선발진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지금 상승세만 잘 잇는다면 긴 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최대한 긍정 요소를 찾아 더욱 발전시켜 부족한 부분이 잘 보여지지 않게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 대처 방법이다. 갑자기 땅에서 투수들이 솟아날 일은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