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주시민운동장. 상주 상무와 서울 이랜드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4라운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랜드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아무말도 없었다. 하나둘씩 눈물을 흘렸다.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 당일 새벽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날아온 비보가 선수들의 가슴을 때렸다. 중앙 수비수 칼라일 미첼(28)의 아버지인 티모시 미첼(58)이 세상을 떠났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미첼은 이날 새벽 아버지와 통화했다. 전화를 끊은지 5분만에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가 다시 왔다. 급성 뇌출혈이었다. 미첼은 바로 구단에 알렸다. 마틴 레니 감독은 빨리 트리니타드 토바고로 출발하라고 했다. 미첼은 경기는 뛰고 가겠다고 했다. 이날 상주와의 경기는 이랜드에게 상당히 중요했다. 우승후보와의 경기였다. 자신들의 경기력을 증명해야만 했다. 여기에 이랜드는 아직 K리그에서 승리가 없었다. 미첼은 수비의 중심이다. 미첼이 없으면 수비가 헐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미첼은 팀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선수들 모두 미첼의 소식을 들었다. 미첼을 토닥여줬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대신 미첼을 위해서 꼭 승리를 하자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결과는 이랜드 선수들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스코어는 2대3. 패배였다. 악재가 겹쳤다. 전반 24분 수비형 미드필더 신일수가 경고누적으로 퇴장했다. 3분 뒤 항의하던 마틴 레니 감독도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랜드는 대구FC와의 3라운드 홈경기에 이어 두경기 연속 10명이 싸우게 됐다. 선수들 모두 심판 판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도 추스리면서 경기를 펼쳤다. 1-2로 지고 있던 후반 27분 미첼이 동점골을 넣었다. 다들 달려가 미첼을 끌어안았다. 기쁨은 잠시였다. 후반 44분 상주 여성해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억울함이 또 다시 선수들의 가슴을 강타했다.
눈물바다 와중에 레니 감독이 들어왔다. 레니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였다. 다시 일어서자고 했다. 다들 눈물을 추스렸다. 미첼을 끌어안고 토닥인 뒤 서울 복귀 버스에 올랐다. 미첼은 16일 트리니타드 토바고로 떠난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올 예정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