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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훔방' 스크린 논란, 극장이 답했다 "좌석점유율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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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올 초 '갑의 횡포'라는 이슈를 선점해 충무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재개봉이라는 '행운'(?)을 얻었지만 성적표는 처참했다. 재개봉 후 최종 관객수는 30만 5544명이 됐다. "스크린 독과점의 폐해로 관객이 못들어온다" "스크린만 많이 잡으면 흥행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 무색한 성적표다.

엄대표는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다. 좋은 시간대가 많이 확보된 영화, 상영관이 많이 확보된 영화가 더 많이 팔리게 되어 있는, 즉 '수요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관객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선택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국내 극장 1위 사업자인 CGV는 '개훔방'이 아니라도 자주 제기되는 이 문제에 늘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강경호 CGV프로그램팀장이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서 좀 더 적극적인 설명을 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강팀장이 밝힌 영화 편성 과정은 흥행요인 및 관객조사, 시사반응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을 지표화해 흥행을 예측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개봉작과 유사한 작품 3편을 선정해 '내용-감독-캐스팅/시즌 수요/경쟁 상황/예매 수량/관객조사/시사회 후 반응' 등의 부문을 유사 작품과 각각 비교해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훔방'에 대해 CGV측은 '마이 리틀 빅히어로'(26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5만)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3만) 등 3작품을 유사작품으로 보고 25만명의 관객을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용배우감독 면에서는 비교 작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즌 규모, 즉 개봉 시기의 관객 상황에서는 지난 해 11월 개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보다는 좋은 상황에서 개봉했지만 2013년 1월 개봉한 '마이 리틀 빅히어로'나 2010년 1월에 개봉한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는 같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개봉 시기 경쟁 상황이었다. 당시 이미 '국제시장' '상의원' '기술자들' '숲속으로'가 개봉한 상황이었고 '테이큰3'과는 하루 차이로 개봉했다. 덕분에 비교 3작품보다 많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예상 관객은 25만이 됐다. 실제 30만 관객이 들었으니 예측치와 그리 많이 빗나가지는 않는다.

비교 3작품 선정 기준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25만명이 예측된 상황에서 스크린수 배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강 팀장은 계열사인 CJ E&M 영화에 배급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CJ E&M 영화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스크린이 많이 배정됐다고 흥행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흥행 예측에 오차가 있으면 결국 우리 실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급하는 마음으로 편성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팀장은 "스크린 숫자로 관객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면 좌석점유율이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말이 된다. '개훔방'이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면 자연스럽게 스크린수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다양성 문제에 중심을 두면 이같은 계산 방식은 의미가 없다. 영화가 대중문화라는 측면에서 다양성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기는 하다. 배우 정우성은 예전 인터뷰에서 "돈이 많이 들어간 메이저 영화와 소규모 자본으로 진행된 마이너 영화의 구분이 확실해져야 시장이 안정될 것 같다. 지금처럼 메이저 영화와 마이너 영화를 무조건 같은 극장 시스템에서 경쟁을 시키니까 마이너 영화가 묻히는 상황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양성 영화들을 보여줄 수 있는 극장 시스템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갑의 횡포'를 무기로 극장을 제압하려면 좀 더 새로운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