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루니' 이종호(전남)가 2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렸다.
12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전남-수원전, 전반 28분 수원 캡틴 염기훈의 코너킥에 이은 양상민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남의 위기였다. 염기훈에게 리그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허용했다. 그러나 불과 7분 후인 전반 35분, 이종호의 동점골이 터졌다. 전남은 수원과 1대1로 비겼다. 리그 4경기 무패(1승3무)의 전남이 리그 3연승의 초상승세 수원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승부했다. 이종호의 동점골에는 단순한 골 이상의 훈훈한 스토리가 깃들었다.
▶'노상래 애제자' 김영욱의 필사적인 도움
이종호의 첫골 장면에는 김영욱의 필사적인 도움이 있었다. 넘어지면서 문전을 향해 쇄도하는 이종호에게 필사적인 패스를 건넸다. 이종호가 골망을 흔들었다.
광양제철고 시절 김영욱은 동급 최고 에이스였다. 프로에 진출한 이후 성장세가 주춤했다. 동기 지동원, 후배 이종호에게 가렸다. 전남 유스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온 노상래 감독에게 김영욱은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올시즌 지휘봉을 잡자마자 "전남 유스 출신의 영욱이는 우리 팀의 중심이다. 영욱이를 다시 만들어보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다. 겨우내 그라운드에서 김영욱은 가장 많이 뛰면서도, 가장 많이 야단 맞는 선수였다. 김영욱은 "감독님의 마음을 안다. 감사하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
경기전 노 감독은 오늘 승부의 키는 김영욱이라고 귀띔했다. "수비는 물론 공격적인 역할까지 주문했다. 나는 우리 영욱이를 믿는다"고 했다. 전반 15분 노 감독은 4-1-4-1 포메이션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김영욱 시프트'였다. 오범석에게 묶인 이종호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2선에서 중앙에 섰던 김영욱이 이종호 대신 왼쪽 날개로 섰다. 포메이션을 바꾼 직후 실점이 나왔다.
선제골을 허용한 직후 김영욱의 움직임은 필사적이었다. 문전에서 넘어지면서 이종호를 향해 패스를 차올렸다. 이종호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전남에 입단한 프로 6년차 김영욱은 2013, 2014시즌 총 25경기에 나섰지만 지난 2년간 공격포인트가 없었다. 3년만에 짜릿한 도움을 기록했다. 스승 노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통했다.
▶'영혼의 투톱' 스테보를 위한 '화살 세리머니'
이종호는 직전 인천전에서 22경기 무패 징크스를 깨며, 마수걸이골과 함께 스승 노 감독에게 프로 데뷔 첫승을 선물했다. 골 직후 노 감독을 뜨겁게 포옹하는 세리머니는 감동이었다. "매경기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하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수원전, 0-1로 밀리던 상황, 김영욱의 공간으로 차올린 패스를 이종호는 놓치지 않았다. 침착한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2경기 연속골, 이종호의 2호골 세리머니는 '영혼의 투톱' 스테보를 향한 오마주였다. 스테보의 트레이드마크 '화살 세리머니'를 펼쳐보인 후 스테보와 뜨겁게 포옹했다. 이종호와 스테보의 우정은 특별하다. 2년째 한방을 쓰는 룸메이트이자 소울메이트다. 스테보는 "(이)종호와 나는 한마음(same mind), 한심장(same heart)"이라고 했었다. 이종호는 "스테보와 나는 전생에 형제였던 것같다"고 화답했다. 맨유 역사상 최강 투톱으로 회자되는 드와이트 요크와 앤디 콜의 동영상을 함께 보며 연구하고, 함께 축구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형제 이상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스테보가 전남에 온 이후 이종호의 기량은 만개했다. 지난시즌 나란히 두자릿수 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도 함께했었다. K리그 베테랑 스테보는 10살 어린 이종호에게 공격수로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전수한다. 이종호의 올시즌 2번째 골 세리머니는 '테보형'을 향했다. 스테보의 친정팀, 수원전에서 동점골을 쏘아올린 이종호의 '화살 세리머니'는 훈훈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