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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시즌초반 총력전을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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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 하다."

우려와 감탄의 시선이 교차한다. 2015 KBO리그 초반. 4년 만에 야구판으로 돌아온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의 야구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의 실체다. 공통적인 반응은 이렇다. "이제 시즌 초반인데, 너무 총력전 아닌가.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 하다."

이런 반응은 김 감독 특유의 공격적인 투수 운용에서 비롯된다. 이미 한화에는 선발과 계투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유먼을 제외한 선발 진 중에서 불펜을 경험하지 않은 투수가 없다. 에이스인 탈보트도 4일 간격으로 타이트하게 출격한다. 송은범은 선발에 이어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까지 했다. 한국시리즈같은 단기전에서 나올 것 같은 총력전이다.

우려와 감탄의 경계선은 결국 여기서 갈린다. '총력전'을 펼치는 시점에 대한 온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려하는 쪽은 너무 이른 시기에 총력전을 펼치다보면 시즌 중반이후 투수력이 고갈될 수도 있다고 본다. 팀의 주전 마무리를 였던 윤규진이 어깨 통증 증세로 지난 11일 2군에 내려간 것을 사례로 든다.

이와는 반대로 이런 식의 투수진 운용이 지금 한화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견도 있다. 김 감독이 팀 상황을 고려해 상식의 틀을 깨트린 총력전으로 시즌 초반 다른 팀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보는 쪽이다. 어쨌든 이런 식의 운용 덕분에 한화는 5할 승률 근처에 머무려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김 감독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실 지금의 투수진 운용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김 감독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식을 좀 깨트리는 파격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이다.

이런 방식은 큰 틀에서 뜯어보면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SK 와이번스 시절에도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4월초에 투수와 야수들의 페이스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총력전을 펼쳤다. 그렇게 해서 벌어놓은 승수르 시즌을 버틴 끝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곤 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하지만 팀의 특성과 실력은 전혀 달랐다. 한화는 2000년대 후반의 SK가 아니다.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자칫 다른 팀에 짓밟히기 쉬운 전력이다. 정근우의 턱부상, 조인성의 종아리 부상, 배영수의 허리통증, 이태양의 준비부족, 유먼의 컨디션 난조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시즌 초반 전력이 크게 떨어져버린 것이 이유다.

그래서 김 감독은 '총력전'을 선택했다. "지금 없는 살림이지만, 어떻게든 짜내서 버티면 나중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밀리면 더 따라잡기 어렵다. (전력을)아껴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겨가다보면 선수들에게도 또 힘이 붙는다. 부상자도 돌아온다." 김 감독이 직접 밝힌 총력전의 이유다.

이를테면 '계산된' 총력전이라는 것.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모든 전력을 쏟아붓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씨는 남겨두고 있다는 뉘앙스다. 실제로 한화의 시즌 초반 총력전은 객관적으로 보면 크게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한화는 11일까지 경기당 5.55명의 투수를 썼다. 리그 평균(4.71명)보다 많은 최하위다. 하지만 경기당 야수는 13.18명만 썼다. 전체 7위다. 대타(18번, 6위)나 대주자(9번, 공동 6위) 기용도 평범한 수준이다.

승부처에서 투수들을 좀 더 집중투입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운용은 예민하게 계산된 룰이 있다. 선수의 몸상태와 구위가 최우선 고려된다. 결국 한화의 초반 '총력전'에 대해 벌써 평가하는 건 다소 성급하다. 그저 '버티기'를 좀 더 잘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 정도로 보고, 나중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