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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의 인생을 한자리에 모으다, 부부작가 박상근-신정순 화백 '60년 아름다운 동행' 전, 29일~5월 5일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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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마음, 두 사람의 인생을 한 자리에 모았다.

부부 작가로 유명한 박상근-신정순 화백의 '60년 아름다운 동행' 전이 오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남편과 아내로, 또 화우(畵友)로 평생을 함께 해온 두 중견 작가의 회갑전이다. 박 화백의 문인산수화 200점, 신 화백의 민화 50점을 만날 수 있다. 부부의 애틋한 정이 장르를 넘어 하나가 된다.

"오래 전부터 회갑전은 꼭 같이 하자고 집사람에게 말해왔어요. 그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미술계의 돈키호테'라 불리는 박 화백은 미술행정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이사장인 그는 지난 30여 년간 전국 각지에 숨어있는 재능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데 힘을 쏟아왔다. 자정 이전에 귀가한 적이 거의 없을 만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작품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을 마친 늦은 밤, 낙원동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작업대에서 붓을 들곤 했다.

"한두 점, 또는 대여섯 점씩 출품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전시는 처음입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행정가로만 알고 있는 분들도 있더라고요(웃음). 작가 인생 40년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박 화백은 독학파다. 혼자서 공부하며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왔다. 전통 기법에 토대를 두면서도 스스로 연구한 새로운 기교를 가미했다. 계보와 인맥을 중시하는 미술계에서는 이단아인 셈이지만 그는 당당하다. "틀에 얽매이는 게 싫었지요.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해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의 이런 화풍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문인화에 비구상(非具象)을 접목한 일련의 작품들이다. 오묘한 발묵(潑墨) 효과로 연출한 비구상을 화면에 배치한 뒤 매화와 연꽃을 그려 넣었다. 느낌이 독특하다. 이번 전시에서 30여 점 선보인다. 이외에도 30m 짜리 3점, 20m 짜리 2점 등 대작도 공개한다. 작가로서 자존심을 걸겠다는 박화백의 야심과 각오가 피부에 와닿는다.

신 화백은 10여년 전 남편의 권유로 민화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남편과 취미가 같아야한다는 생각에 붓을 든게 여기까지 왔어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공부를 더 해야지요." 말은 겸손하지만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말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작업에 매진해왔다.

"사실 가장으로서는 빵점입니다. 밖에서 일을 하다보니 평생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준 적이 없어요(웃음). 아내에 대한 마음의 빚을 이번 전시로 조금이나마 갚았으면 합니다." 남편의 말에 아내 신 화백은 그저 염화미소(拈華微笑)를 지을 뿐이다. 한 길을 걸어가는 부부는 아름답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