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봐야 하는 경기 아니겠는가."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어 두산 베어스로 옮긴 장원준. 역대 투수 최고액인 84억원에 계약한 장원준은 시즌 초 무리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원준은 지난 11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2실점하는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평균자책점은 3.32로 낮췄다.
보통 FA 계약 첫 해 이적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말 장원준을 데려올 때 "꾸준히 10승 이상을 올릴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선발진이 한층 안정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장원준의 강점은 경기마다 기복이 적다는 것인데, 시즌 첫 3경기에서는 김 감독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경기 초반 고전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2승째를 올린 이날도 장원준은 1회말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했다. 1사 1루서 LG 박용택에게 우중간 투런홈런을 맞은 뒤 이병규에게 볼넷, 이진영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으며 불안감을 보였다. 시즌 첫 경기인 NC전에서도 1~2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맞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발이 좋지 못한 까닭으로 리드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선발투수의 진면목은 위기를 벗어난 뒤 꾸준히 6~7이닝을 버틸 때 나타난다. 이날 LG전서도 장원준은 2회부터 안정을 찾고는 7회까지 안타 2개를 추가로 허용했을 뿐 압도적인 피칭으로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99개의 공으로 7이닝을 소화했으니, 투구수 관리를 효율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12일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FA 계약으로 데려온 투수인데 무슨 기대치를 논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어제도 1회 홈런을 맞은 다음 계속된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 벗어나면서 결국 7회까지 던졌다"며 "장원준같은 투수가 나가면 벤치에서는 눈감고 그냥 맡기면 된다"며 신뢰감을 나타냈다.
'눈감고 맡긴다'는 표현. 감독으로서 최고의 칭찬을 한 셈이다. 김 감독 입장에서 장원준의 호투가 반가운 것은 불안한 불펜진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두산 불펜진은 전날까지 10개팀중에서 가장 부진한 10.09이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LG 불펜진 평균자책점이 4.07인것과 비교해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7회까지 던져주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두산은 마무리 윤명준이 6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중이다. 이재우 김강률 이현호 함덕주 등 중간계투들도 썩 안정적이지 못하다.
노경은 이현승 등이 빠져있는 두산은 장원준을 비롯해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서 노히트노런을 연출한 마야와 에이스 니퍼트까지 '이닝이터'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