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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팔로우]서울패션위크 누빈 이영진의 캣워크 따라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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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명성과 활기를 자랑하는 패션의 향연,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20일 개막, 25일까지 총 엿새 동안 개최됐다. 스포츠조선은 이번 2015 F/W 서울패션위크에 톱 모델 출신 배우 이영진의 동선을 따라갔다. 총 58회 컬렉션 중 이영진이 초청받은 컬렉션은 12개. 해당 디자이너의 의상을 챙겨입고 가는 것이 관례이기에 이영진은 컬렉션 전 부터 피팅 스케줄로 분주했다.

Day1(3.20)

개막일. 이영진이 참석하는 쇼는 오후 2시30분에 열리는 Ordinary People(오디너리 피플)와 오후 5시30분 Heich es Heich(에이치 에스 에이치) 컬렉션이다. Ordinary People은 디자이너 장형철 뿐 아니라, 쇼를 스타일링한 채한석 스타일리스와의 친분도 두터워 이영진의 애착이 더 크다. 이날 참석하는 쇼는 모두 남성복 디자이너의 컬렉션. 통상 남자 게스트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영진은 매니쉬한 분위기의 의상이 잘 어울리는 여자 모델인터라 초청을 받았다. 특히 채한석 스타일리스트는 '레드 립 포인트'까지 특별 주문하며 그녀의 참석을 바랐다고 한다.

오후 1시30분, 이영진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 도착했다. 먼저 Ordinary People 옷을 입었다. 블루 컬러의 매니쉬한 재킷과 다소 와이드한 팬츠, 화이트 셔츠다. 오후 2시, Ordinary People 포토월이 열렸다. 이영진이 포토월에 서자 수많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요란스럽다. 잠시 후 '시크한 느낌', '보이시한 매력', '남자 배우 못지 않은 수트핏'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오후 3시, Ordinary People 쇼가 끝났다. 백스테이지에서 디자이너와 나눈 인사가 마무리다.

다음 쇼는 오후 5시30분. Heich es Heich 포토월 시작이 5시부터니 그나마 숨돌릴 틈이 있다. 오후 4시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Heich es Heich 핑크빛 재킷과 블랙 팬츠 의상으로 갈아입을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새 구두 탓에 발 뒤꿈치가 까졌다. 이미 벌겋게 변해가는 뒤꿈치를 살피는 이영진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아픈 발을 이끌고 이동해야 할 시간. 주차장에서 DDP 광장을 뚫고 쇼가 열리는 A1까지는 5분 정도 걸어야 하는 짧은 거리지만 몰린 인파가 문제다. 발이 많이 불편한듯 반창고를 뗐다 붙였다 하며 씨름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상황은 확 바뀐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여유로운 워킹을 보여준다. 쏟아지는 카메레 세례 속에 시크하면서도 옅은 미소도 잃지 않는다. 오랜 만에 만난 지인들에게는 허그를 날리며 우아하게 광장 탈출에 성공! 과연 모델의 캣워크란, 런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Day2(3.21)

일정이 빠듯하다. 참석해야 할 두 행사가 촘촘하게 붙어있다. 이날은 오후 6시30분 JKOO, 오후 8시30분 슈퍼콤마비 컬렉션에 초청받았다. 게다가 혼잡이 극에 달하는 주말 오후. 얼핏 봐도 DDP 광장에는 전날에 비해 서너배 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후 5시30분, 전화벨이 울린다.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이영진의 전화다. 이미 JKOO 의상을 입은 그녀가 밝게 인사를 건넨다. 뒤꿈치 안부를 물었더니 "앞으로 남은 일정이 많을 땐 차라리 반창고를 떼버리는 것이 낫다"는 답이 돌아온다. 일찌감치 굳은 살을 만들어둬야 빨리 편해질 수 있다는 해설.기자는 첫 날 모델 기럭지에 어느 정도(?) 맞춰 보려 8cm 힐을 신었다가 하루 만에 지레 포기했다. 종아리가 쑤셔 바로 슬립온으로 내려왔는데, 역시 모델은 다르다.

오후 6시, 포토월부터 JKOO의 쇼 관람을 모두 마쳤다. 백스테이지로 가서 디자이너를 축하했다. 오후 8시, 슈퍼콤마비 포토월에 서기 직전 JKOO가 다시 나타나 이영진을 찾았다. 특별한 손님 때문이다. 이영진과 함께 JKOO의 컬렉션을 감상해 화제가 된 푸들, 바우(2세, 남자)다. 바우는 디자이너 JKOO 부부가 구조한 유기견인데, 이후 이영진의 지인에게 입양됐다. JKOO는 바우에게 이번 컬렉션을 꼭 보여주고 싶어해 이영진이 바우를 데려왔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영진은 슈퍼콤마비 컬렉션에 참석했다. 스트리트 감성의 힙합 스타일 런웨이를 즐겁게 감상한 뒤 "최고!"라는 찬사를 잊지 않는다.

서울패션위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이영진은 DDP에 그만의 비밀(?) 루트까지 꿰고 있을 만큼 지리에 훤했다. 자신을 향해 달려와 셔터를 누르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결코 뛰지 않는다. 언제나 우아한 캣워크를 유지하며 민첩하게 이동한다. 슬립온을 신은 기자. 어느 새 그녀를 뒤쫓는 일이 벅차다.



Day4(3.23)

서울패션위크 나흘 째 되던 날, 다시 만난 이영진에게 "일요일 잘 쉬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쉬기는커녕 오히려 밤을 꼬박 새우고 왔다고 한다. 서울패션위크가 끝난 뒤, 이영진은 쟈뎅 드 슈에뜨 런웨이에 서야하기에 요즘 밤새 피팅 하느라 쉴 틈이 없다.

이날 오후 6시30분 스티브J&요니P의 쇼와 오후 7시30분 아르케의 쇼 모두 참석해야 한다. 시간 간격이 거의 없어 이날 역시 정신없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오후 6시 풀 메이크업에 스티브J&요니P의 의상으로 갈아입은 이영진이 밴에서 나온다. 의상 따라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 스티브J&요니P는 친한 셀레브리티들이 많기로 유명한 스타 디자이너다. 이에 줄줄이 참석한 셀렙들 탓에 쇼 시작 시간이 지연됐다. 자연히 쇼가 끝난 시각도 늦어졌다.

7시30분까지 아르케 쇼로 향해야 하는 이영진의 마음이 바빠진다. 부리나케 백스테이로 향해 디자이너를 축하한 뒤, 재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했다. 의전의 안내를 받으며 급히 걷는 이영진. 이영진은 걷고 있는데 기자는 뛰어야만 그를 따라잡을 수 있다. 다리 길이의 차이가 느껴진다.

오후 7시10분, 급히 아르케의 의상으로 갈아입은 이영진이 밴에서 내렸다. 한결 편안한 느낌의 의상으로 갈아입으니 또 다른 표정이 보인다.

밖은 어느 새 어둑해졌다. 아르케 컬렉션으로 향하는 이영진은 또 한 번 인파를 뚫었다. 어김없는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Day5(3.24)

서울패션위크도 이제 저물어간다. 반환점을 돌아 주말까지 보내고 난 DDP는 제법 한산해졌다. 이영진은 예외없이 이날도 DDP를 찾았다.

오후 1시30분의 Cres.e.dim(크레스 에딤) 컬렉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날은 특별한 인물도 동행했다. 바로 '떡국열차'로 인연을 맺은 봉만대 감독이다. 이영진은 "컬렉션이 처음이라는 우리 봉만대 감독님"이라며 다정한 셀카도 공개했다.

컬렉션과 피팅 일정으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이영진은 봉만대 감독과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밴으로 향해 잠깐 쪽잠을 청하기로 한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오후 4시30분 KYE(카이) 컬렉션 포토월에 서기 위해 이영진은 잠에서 깼다. 홍삼절편을 건넸다. 예상보다 더 반가워한다. 밴 안에서 홍삼을 먹으며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이번 쇼를 준비한 계한희 디자이너와는 친분이 두텁다. 쇼장으로 이동하는 이영진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쉬 세례. 기자도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Day6(3.25)

마침내 찾아온 서울패션위크 폐막일. 하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이날 이영진이 참여해야 하는 쇼는 총 3개. 4시30분 MAG&LOGAN(맥앤로건), 5시30분 LOW CLASSIC(로우 클래식), 6시30분 ANDY&DEBB(앤디&뎁)이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이영진의 캣워크를 쫓아다녔으니, 이제 이런 빡빡한 일정에 제법 자신이 붙었다.

DDP에서 이영진과 만난 것은 오후 4시. 첫 포토월에 서기 직전이다. 오후 5시 맥앤로건 쇼가 끝나자마자, 이영진은 재빨리 걸음을 옮긴다. 주차장으로 가서 의상을 갈아입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쇼장으로 이동한다. 맥앤로건 외에는 웨어러블한 옷이라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던 이영진. 하지만 의상 단추가 복잡하다. 그나마 모델이라 갈아입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도 채 안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복잡한 단추 잠그다 하루를 다 보냈을 것이다.

오후 6시. 이제 정말 마지막! 앤디&뎁(ANDY&DEBB)만이 남았다. 특별히 이영진의 몸에 꼭 맞게 제작된 이 의상에서 모델을 향한 디자이너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쇼라 그런지 긴장을 늦추고 편안하게 즐기자는 마음이 생긴다. 이영진과 DDP 광장을 함께 질주하는 것도 마지막이다.

지금 기자가 있는 이 곳, 패션위크와 런웨이. DDP를 꽉 채운 패피들이 동경하는 패션종사자들의 화려하고 찬란한 무대다. 그러나 이들의 숨겨진 일상은 당연히 화려함 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영진은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신발에 압정이 박혀도 런웨이에 올랐던 적은 부지기수. 아직 미완성된 의상 속 옷핀이 온 몸을 찔러대는 아픔 속에서도 런웨이를 걸어나간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직업적 고충을 지나 여기까지 온 이영진. 그녀의 2015 F/W 서울패션위크에 동행해보며 느낀 것은 패션업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번거로움을 마다하고 열심히 서울컬렉션을 누빈 그녀의 분주한 발걸음은 한국 패션업계를 이끌어가는 디자이너들을 향한 열렬한 응원의 러브레터였다.=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