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신세계, 동부에 이어 검찰의 칼끝이 롯데에까지 겨눠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롯데그룹이 '이명박 정부' 당시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에 롯데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기업 사정(司正)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로 특히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제2롯데월드 허가 등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터라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롯데, 비자금 수사 진실공방
23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 사업본부 등으로 거액의 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비정상적 자금 흐름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해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다. FIU는 비정상적 자금 흐름에 대해 비자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정상적 자금은 현금으로 인출됐고, 규모는 수십억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점에 주목, 자금 흐름 조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 받아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 내역을 추적해왔다. 롯데가 비자금을 조성해 이명박 정권에 제공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 중이다. 검찰은 롯데의 비정상적 자금 흐름이 포착된 시기가 2011년부터 2012년까지인 만큼 이명박 정권에 비자금이 흘러갔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기업 중 특혜를 가장 많이 받은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의 사업허가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안전문제로 수차례 허가가 나지 않다가 공군 활주로의 각도 변경을 통해 허가가 이뤄졌다. 특혜 의혹은 또 있다. 맥주사업에 진출을 했고, 롯데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애경그룹이 인천공항에서 운영하던 면세점 AK글로벌도 인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를 가장 많이 받은 만큼 검찰이 정경유착 문제점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롯데그룹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자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사실이 아닌 만큼 특별히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측은 이와 관련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자금은 신입사원 면접비 지급, 부서 회식비, 교통비 등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된 금액"이라며 "검찰에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또 "롯데쇼핑은 각 사업 파트가 개별사업부로 운영되는 만큼 자금 유출이 불가능하다"며 "비자금을 조성해 정권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추축은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혜 입은 대기업, 검찰 수사에 대응책 부심
그러나 재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앞세우며 대기업 전반의 문제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문제로 시작된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경남기업 등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를 받으며 급성장한 회사는 물론이고, 동부·신세계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롯데그룹으로 불똥이 옮아 붙는 데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아직 초기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향후 수사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사가 높고 검찰의 수사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롯데 외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를 받았다고 거론되는 기업들 대부분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는 최근 부산시의회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19일 전진영 부산시 의원은 부산도시공사가 롯데몰 동부산점에 빌려준 토지 임대료 20억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혜 의혹에 대한 부산시의 명확한 조치가 없다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