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9개 구단.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까.
2015년 KBO리그의 강력한 테마는 '왕조 삼성'과 '반란군'들의 대결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5연패'를 향한 기치를 올렸고, 나머지 9개 구단 감독들은 "삼성을 저지하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3일 서울 이화여대 ECC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가한 10개 구단 감독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바로 '삼성 왕조를 꺾을 수 있는 대항마는 어느 팀인가'였다. 지난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거두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을 꺾을 팀이 나올 것인가. 그리고 그 팀은 과연 어디일까에 대한 질문.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각 팀의 사령탑마다 이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사실 프로야구 흥행의 측면에서도 삼성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팀의 일방적인 독주는 자칫 흥미도를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각 구단의 감독들 역시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을 무너트리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사실상 '대 삼성전략'을 연습해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의 답을 가장 나중에 듣기로 했다. 먼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예상대로의 답변이 나왔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겠다. 그걸 털어내기 위해 올해 다시 도전한다"였다. 결국 넥센이 삼성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일 것이라는 의견.
SK 김용희 감독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이다. 김 감독은 "출사표에서 말했듯 삼성과 좋은 경기를 하겠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두산 김태영 감독의 답변은 재치가 넘쳤다. 결국 두산이 대항마가 되겠다는 뜻인데, 그걸 이렇게 말했다. "두산은 다른 팀이 삼성을 괴롭히고 난 뒤에 들어가서 우승을 차지하겠다." 전략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답변이다. 혼자서 이기기 보다 연합전략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LG 양상문 감독과 롯데 이종운 감독 역시 대권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못했다. 양 감독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롯데 두산 넥센 감독님들과 식사 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삼성을 꼭 이겨보자는 결의를 했다. 류 감독님도 2000승을 하시려면 시련도 좀 겪으셔야 하지 않겠나"는 농담을 했다.
그러나 NC 김경문 감독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까지만 봐서는 아직 각 팀의 전력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쉽게 대항마를 말하기 어렵다. 어떤 팀이든 될 수 있다고 본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누구든 가능'이라는 시점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도 NC 김경문 감독과 같은 입장이다. 김 감독은 "4년 만에 복귀해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좀 다르더라. 각 팀마다 공략점이 있다. 초반을 잘 버티면 누구나 우승할 수 있다. 한화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겠나"라며 삼성을 향한 경쟁심을 밝혔다. 다만 신생팀 kt 조범현 감독만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력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을 전제로 "참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마지막으로 9개 팀의 경계대상으로 지목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어떻게 말했을까. 류 감독은 "대체 왜 삼성을 우승후보라고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전력이 이전같지 못하다는 조심스러운 발언. 그러나 류 감독은 "굳이 우리의 경쟁팀이라고 이야기 하자면 SK와 넥센이 아닐까 한다"며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삼성'과 '디 아더스(9개구단)의 대결, 과연 누가 마지막으로 웃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