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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 이겨낸 '야신'의 진짜 출사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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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봐라, 어떻게든 이겨낼거야."

선수가 아프면 감독도 아프다. 당장 전력이 약해지니 마음이 아프고,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도 이상 신호가 온다. 그래도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약한 소리를 할 순 없다. 내색하지 않고, 농담을 건낸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게 바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스타일이다.

지난 23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김 감독의 입담은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4년 만에 야구판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보니까 '이래서 한화가 꼴찌구나'했다" "꼴찌팀은 (다른팀 선수) 2명 찍으면 안되나?" "(야구판) 안에서 보니 많이 다르네. 한화도 우승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는 등 재치있는 입담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모두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한 말이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니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고, 뭔가 젊어진 것 같다. 현장에서 보니 특히 여성 팬들이 많아졌더라"며 달라진 팬 문화를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 감독 역시 무겁고 비장한 출사표가 아닌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

그러나 실제로 한화의 상황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김 감독도 이런 팀 상황에 큰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3월초 병원에 긴급 입원하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3월초에 갑작스럽게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5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서울의 병원과 대전의 야구장을 왔다갔다 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대전구장에서 L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에 '지각'했다. 당초 예정된 취재진과의 인터뷰 시간(오전 11시30분)도 넘긴 채 거의 경기 시작에 임박해서 야구장에 도착했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이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야구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는 말로 인터뷰 무산에 대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알고보니 김 감독은 당일 새벽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아침까지 치료를 받고 부랴부랴 오후 1시 경기 시간에 맞춰 야구장으로 나온 것. "배가 무척 아파서 응급실에 입원했었다. 스트레스성 장염이라고 하더라. 5일간 병원 신세를 지며 야구장에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다." 김 감독은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년 만에 돌아온 현장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 지 알수 있는 대목. 한화 팀 사정이 좋지 못해서다.

김 감독이 "이산가족"이라고 표현하듯, 현재 한화에는 이탈 선수들이 적지 않다. 조인성을 비롯한 주전 대부분이 아프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시범경기 막판 대구 원정 2연전에 1군 주전급 선수들을 데려가지 않고, '휴식' 명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내 입장에서는 도박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잘되면 좋지만, 페이스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대전에서 휴식 명령을 받은 선수들이 모두 야구장에 나와 자발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감독은 '아, 이제 팀이 만들어지는구나'라는 벅찬 확신을 얻었다. 김 감독은 "우리같은 팀은 선수들이 전부 하나로 끈끈해져야 이길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헌신해야 한다. 전체적인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힘들어보이겠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다. 잘 할테니 두고보라"는 다짐을 했다. 이게 바로 김성근 감독의 진짜 출사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