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숙제는 주전 포인트가드 이승아(23)의 실전감각이었다.
정규리그 때 입은 두 차례의 발목 부상, 챔피언결정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악재였다. 하지만 이승아는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고, 정규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 나섰다.
정규리그 막판 복귀를 신고했지만, 한 달 가량의 공백은 컸다. 또 코트에 밟는다고 곧바로 예전처럼 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은행의 챔피언 수성에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로 보였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승아는 KB스타즈와의 챔프전 1차전에서 확실히 좋지 않았다. 25분 22초를 뛰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발이 무거운 게 눈에 띄었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는 노마크 3점슛을 놓쳤다. 결국 팀도 3위로 챔프전에 올라온 KB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승아의 부활 여부는 우리은행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승아는 우리은행 특유의 수비 조직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단단하게 맞춰진 퍼즐에서 한 조각이 빠져나간 느낌. 게다가 이승아는 게임 리딩을 맡고 있는 상대 에이스 변연하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카드다.
2차전은 달랐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나 전주원 박성배 코치는 이승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조만간 실전 감각이 올라올 것을 믿는 듯했다. 그리고 이승아는 그 기대에 보답했다.
29분 59초를 뛰면서 3점슛 1개 포함 13득점. 특히 중요할 때마다 득점이 터졌다. 3쿼터 상대가 추격을 시도할 때마다 이승아의 득점이 터졌다. 3쿼터 중반 16점차로 벌리는 결정적인 3점포도 터뜨렸다.
4쿼터 득점은 단 2점에 불과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위닝샷'과도 같았다. 74-69로 턱밑까지 쫓아온 순간, 이승아는 과감한 돌파로 KB 골밑을 파고들었고 레이업슛을 올려놓았다. 종료 1분 52초를 남기고 터진 이승아의 속공. 이 순간 '이겼다'는 감이 온 위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시리즈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이승아가 자신감을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1차전의 실패로 주눅들 수 있었지만, 2차전 들어 서서히 감을 잡는 모습이었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지난 2년간의 챔프전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코칭스태프가 '올라올 선수'라고 믿었던 그가 남은 챔프전에서 팀에 '통합 3연패'를 안길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