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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7개월의 반전' 엿세례가 박수세례로, 웃음꽃 핀 슈틸리케호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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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월드컵대표팀은 해단식을 갖던 중 축구팬들의 엿세례를 받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월드컵대표팀의 부진에 대한 질타였다. 팬들이 던진 엿에 태극전사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브라질 쇼크', 후유증이 컸다. 홍명보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후임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의 사령탑에 올라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치렀다.

7개월만의 반전이었다. 2015년 2월 1일,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슈틸리케호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팬들이 이번에는 엿 대신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태극전사를 맞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졌다. 이어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선수단 중 가장먼저 출구를 빠져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잘했다"라는 응원이 메아리쳤다. '차미네이터' 차두리(FC서울)와 '손날두' 손흥민(레버쿠젠)의 등장에 공항을 가득 메운 700여명의 팬들의 박수와 환호도 절정을 이뤘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공을 들고 나온 팬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는 '팬서비스'도 선보였다. 55년만에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의 얼굴에는 실망감보다 기대감이 더 가득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는 플래카드가 인천공항에 펄럭였다. 선수단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제1회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던 축구 원로 박경호 선생을 비롯해 김정남 OB축구회장이 태극전사들을 반겼다.

인천공항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귀국 환영식도 팬들로 북새통을 이뤄냈다. 몰려드는 팬들을 위해 경찰병력 2개 중대, 약 250여명이 투입돼 태극전사들을 보호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마친 뒤 귀국한 대표팀의 모습과 비슷했다. 4년전에도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조광래호는 팬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 3위에 그친 조광래호를 환영하기 위해 사상 최다 인파인 1000여명이 인천공항에 몰렸다. 환호가 쏟아졌다.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뤘다. 이 대회를 통해 손흥민은 한국의 '신성'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5년,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브라질월드컵 실패에 실망한 한국 축구팬들이 한국 축구에 변화를 느꼈다. 슈틸리케호의 호주아시안컵 슬로건인, '변화하라(TIME for CHANGE)'에 응답했다. 조별리그에서의 졸전, 부상 악재 등으로 고전했던 슈틸리케호가 투지 가득한 축구로 가능성을 선사했다. 팬들은 환호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2골을 내줬지만, 결승전 이전까지 호주아시안컵 무실점-5연승의 기록에 팬들은 '실용축구'의 매력에 빠졌다. 결승전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벼랑 끝에서 희망을 선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 환영식에서 밝게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깊은 환대에 감사하다.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힘들었다. 이런 환대가 필요했다. 대회 전 우승 약속을 못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을 위해 뛰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첫 여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월드컵 부진 이후 새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아시안컵을 분석해 보완할 점을 찾을 것이다. 이번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발전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4년 전처럼 에이스와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과 김진수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떠 올랐다. 손흥민은 3골로 대표팀의 에이스로 입지를 다졌다. 김진수(호펜하임)는 더이상 이영표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할만큼 맹활약을 펼쳤다. '군데렐라' 이정협(상주)은 '깜짝 스타'로 등극했고, 기성용은 '대체불가'한 '캡틴'으로 거듭났다. 김진수는 "첫 메이저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기쁘지만 우승을 못해 아쉽다. 독일에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했고, 손흥민은 "100호골을 넣어 기쁘지만 우승을 못해서 아쉽다. 앞으로 죽기 살기로 해야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깜짝 스타' 이정협은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이라는 질문에 웃음을 보이며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이어 "출발하기 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도착해서 주목을 받았다. 좋은 경험을 했다는 자체가 의미있다. 주목을 받는다고 자만할 위치가 아니다. 주어진 역할을 더 잘 수행해야 한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폭풍 질주'를 선보인 차두리의 은퇴 및 활약은 아시안컵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70m를 폭발적으로 질주하며 오른 측면을 지배한 차두리는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14년의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비록 우승컵을 은퇴 선물로 받지 못했지만, 그는 축구팬들의 감동어린 박수로 은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차두리는 "대회 기간동안 많은 팬들이 다시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을 느끼고 운동장에서 힘을 냈다. 나는 대표팀에서 앞으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후배들에게 똑같은 응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차두리의 미소에 팬들은 박수로 그의 퇴장을 축하하고, 또 아쉬워했다.

슈틸리케호가 귀국으로 '새로운 여행'의 1막을 내렸다. 이날 공항에서 바로 해산한 대표팀은 다음달 27일과 31일에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을 위해 소집된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