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랑하던 거포 유격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국내 프로야구 야수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 직행의 쾌거를 이뤘다.
강정호는 최근 국내에서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혔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네차례나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수상은 김재박(83∼86년·MBC)이후 유격수로는 두번째였다. 수비에 대한 부담이 큰 자리라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중요성이 큰 포지션이지만 강정호는 보기 힘든 거포 유격수로서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이제 그가 떠난 최고 유격수 자리를 이을 선수는 누구일까.
공격형으로는 삼성 라이온즈의 김상수와 LG 트윈스의 오지환이 눈에 띈다. 지난해 53개의 도루로 삼성 구단 최초의 도루왕에 올랐던 김상수는 데뷔후 처음으로 타이틀 홀더가 됐지만 강정호에 밀려 아쉽게 골든글러브를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한다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충분히 노릴 수 있을 듯. 김상수는 "골든글러브에 욕심이 난다"면서 "체격을 더 키워 3할에 도전하겠다"라고 했다.
오지환도 공격형 유격수다. 우투좌타인 오지환은 조금씩 타율을 높여가며 타격에 눈을 뜨고 있다. 첫 풀타임 출전을 한 2010년엔 타율 2할4푼1리를 기록한 오지환은 2013년엔 2할5푼6리를 올렸고, 지난해엔 2할6푼2리가 됐다. 빠른 발로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수비에서 실책을 줄인다면 각광받는 유격수가 될 수 있다.
수비로는 NC 다이노스 손시헌이 꼽힌다. 지난해 97경기에 출전해 단 6개의 실책만 할 정도로 안정감있는 수비를 하는 베테랑. 하위타선에서 공격에도 능하다. FA 이적 첫해인 지난해 타율 2할9푼3리에 39타점을 올렸다. 손시헌은 두산시절인 지난 2005년과 2009년 두차례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여기에 김재호(두산)와 문규현(롯데) 김성현(SK) 등도 주전으로서 골든글러브에 도전할 후보들이다. 지난 2008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박기혁도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도전한다.
아무래도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통틀어 최고의 선수를 뽑기 때문에 수치로 나오는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유리한 면이 많다. 게다가 유격수는 타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으로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할 경우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언제든지 깜짝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
강정호가 떠난 유격수 황금장갑을 새롭게 받아들 주인공은 누가 될까. 전지훈련고 함께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