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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2009년 반짝 평가, 뒤집어 놓겠다" [김 용의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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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1군에 데뷔하는 막내 kt 위즈는 꼴찌 후보다. 어쩔 수 없다. 신생팀으로서의 한계가 첫 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팀들이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이 선수가 터지면 kt는 무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09년 이 선수의 엄청난 파괴력을 확인했다. 김상현이다. 김상현이 kt 타선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예상치 못한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2009년 이후 이어진 부진을 털어내야 한다. 부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상현에게 가감없이 질문을 던졌다.

-신생팀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이다. 전지훈련 출발 전,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내 야구 인생 마지막 팀일 수 있다. 재미있을 것 같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즐기는 쪽으로 재밌게 해보려고 한다. 12월 사이판에서 준비를 정말 잘해 나도 기대가 된다.

-솔직히 묻겠다. kt 보호선수 지명 전, 뽑히길 기대했나?

▶뽑히고 싶었다. 내가 명단에서 빠질 줄은 알았다. 사실 SK 선수들끼리 모의 시뮬레이션도 돌려봤다.(웃음) 선수들이 나에게 "5% 확률도 없을 거다"라고 했다. 우리끼리도 A 내야수, B 외야수가 가장 유력한 후보일거라 생각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설마 그 선수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잘하고 유명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내가 뽑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 SK는 멤버가 탄탄하지 않나.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감도 들었다. 그 좋은 선수들 제치고 내가 뽑혔으니.

-그래도 프로 선수는 팀 성적이 좋아야 행복하다. SK는 올해 유력한 가을야구 후보다. 반대로 kt는 유력한 꼴찌 후보이기도 하다.

▶나는 절대 꼴찌 후보라고 생각 안한다. 지금 멤버들 부족하지 않다. 실력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모른다. kt가 삼성을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다. 프로라면 다 이길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2013년으로 돌아가보자. KIA에서 SK로의 트레이드 당시의 솔직한 심경, 그리고 이어진 부진에 대해 듣고 싶다.

▶그 때 당시 부상도 많고 아팠다. 많이 뒤쳐졌다. 안좋은 상황을 내가 만들었다. KIA에서 SK로 갈 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KIA에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그동안 많이 공헌했는데'라는 생각에 너무 서운했다. 이전 LG에서 KIA로의 트레이드와 달랐다. 쉽게 기분이 업되지 않더라. 이만수 감독님은 정말 기대를 많이 하시며 기회를 주셨다. 내가 그 기회를 못잡았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어야 했는데….

-냉정히 나이가 들며 힘이 떨어지고, 스피드가 처지는 건 아닌가?

▶그건 절대 아니다. 파워, 체력으로만 따지면 아직 자신있다. 내가 생각을 잘못 가진 것이다. 2009년 활약 후 2010년 부상이 왔다. 더욱 절실해야 했다. 2009년 MVP, 우승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솔직히 긴장감이 풀렸다. 트레이드 됐을 때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으니 잘 될 수가 없었다.

-'김상현은 2009년 반짝'이라는 평가가 계속 나왔다. 화나지 않았나?

▶재밌는 건 만년 유망주 꼬리표에 2009 시즌도 그랬다는 것이다. 항상 기사를 보면 '김상현, (2009년) 이번 달 대박'이라고 하고 그 다음달 또 잘하면 '이번달도 잘할까?'라고 나오더라.(웃음) 그렇게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야구선수라는 직업을 갖게 할 수 있는 자부심을 줬다. 야구 쉽게 포기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야구 잘해도 MVP 타본 선수가 많지 않다. 솔직히 반짝이라는 평가를 들으면 많이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냥 그 반짝이 나에게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확실한 건 2009년 후 내가 야구를 못햇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평가받는 것 중요하지도 않고, '나 MVP 김상현이야'라며 거들먹 거리지도 않는다.

-조범현 감독과의 재회, 우리가 어느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나?

▶(한참을 생각한 뒤) 2009년 KIA로 트레이드 될 때 내 마음을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항상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 기회는 줄테니"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의 믿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래서 kt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감독님이 나를 왜 선택하셨는지 잘 안다. 4번이든, 중심타순이든 장타자가 없기에 나를 선택하셨다. 부담도 있지만, 그만큼 보여드려야 한다.

-조 감독은 "김상현을 1루수로 활용하겠다"라고 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1루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 기억에 1루 수비가 확실히 어렵다. 내 스스로 아직은 외야수로서 능력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깨도 괜찮고 타구 판단 능력도 죽지 않았다.(웃음) 물론 감독님께서 시키시면 1루도 열심히 할거다.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하겠다. 1루와 외야를 오갈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서 돌아오겠다.

-올시즌 부활하면 FA 자격을 얻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kt와 조 감독에게 보은할 것인가?

▶조범현 감독님께 보은해야하는 건 당연하다. 한 분 더 계시다. 김영수 사장님이다. 내가 LG에서 많은 기대 속 성공하고 있지 못할 때, 나를 엄청 아껴주셨다. 공교롭게도 감독님과도, 사장님과도 kt에서 재회하게 됐다. 무조건 두 분을 위해서라도 잘 할거다. FA라…. 내 야구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은 머릿 속에서 FA 생각은 접어두려 한다. 날 선택해준 팀이 먼저다. 중요한 건, kt에서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올해 잘하면 잘 대우해주시지 않을까.(웃음)

-마지막,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나.

▶사실, 그동안 인터뷰도 한 적이 없고 잊혀지는 선수가 되는게 아닌지 두렵기도 했다. 나는 성적과 관계없이 열정으로 운동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세상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솔직히 '당신들이 야구를 해봤어'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다. 아직 김상현 죽지 않았다. 야구 잘할 수 있다고 내 스스로 느낀다. '김상현이 살아있네'라는 말이 꼭 나오게 하겠다. 팬들께서도 응원 부탁드린다. 못하고 싶어 일부러 못하는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실패여도 그 과정까지의 최선을 봐주셨으면 한다. 안좋을 때의 위로와 격려가 선수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