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가을 낙엽과 황금빛 들녁이 아니었다면 유럽의 한 명문팀 훈련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놀랍고 또 놀라웠다. 12일 전북의 우승 미디어데이가 열린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 클럽하우스를 둘러봤다.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몇 발짝을 떼자 AC밀란(이탈리아)의 홈구장인 스타디오 산시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요람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과 꼭 닮은 U자형 라커룸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움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국내 최대, 최고 비용을 자랑하는 수중치료실부터 완벽 방음처리 된 넓은 실내연습구장이 속속 베일을 벗었다. 고주파치료기, 산소텐트 등 최첨단 재활장비들이 즐비한 재활치료실은 '작은 병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전북 클럽하우스는 태극전사의 요람이자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가볍게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 시설을 갖추고 우승을 못하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천천히 클럽하우스를 소개하는 전북 직원들의 얼굴과 눈빛에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전북 클럽하우스는 2010년 6월 첫 삽을 떠 3년 간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2009년 첫 리그 우승을 일군 뒤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재가 속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전북 구단은 파주NFC를 비롯해 유럽과 일본의 명문팀을 1년 간 두루 돌면서 최고만 골라냈다. 그 결과 2414평의 면적에 지하 1층, 지상 2층에 최첨단 시설을 담은 전북의 요새가 완성됐다.
투자는 결국 성과라는 목표를 내야 한다는 채찍이다. 전북 선수들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남일은 "전북은 K-리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투자는) 우리가 올해 우승을 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올해 우승을 못하면 지금까지 팀이 얻은 성과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독님, 프런트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생각했던 문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없인 성과도 따라오지 않는다. 투자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동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석에서 다른 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전북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러워 한다"며 "지원, 시스템 모든 부분에서 전북은 독보적"이라고 자신했다.
줄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최강'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최고'가 되야 한다. '절대1강' 전북이 위기의 한국 프로축구를 바라보며 던지는 충고다.
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