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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박병호를 압도한 유한준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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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른 4번 타자 박병호가 아니고, 40홈런의 주인공 강정호, 팀의 리더 이택근, 한방을 갖춘 3루수 김민성도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뜨거운 넥센 히어로즈 타자는 3번 유한준(33)이다. 최소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는 그렇다.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히어로즈. 정규시즌에서 199홈런을 때려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박병호를 필두로 강정호, 이택근(21개), 유한준(20개)이 20홈런 이상을 쳤다. 2번부터 5번 타자까지 4명의 20홈런 타자가 포진해 상대 투수를 강하게 압박한다. 이들 뒤에 나란히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김민성(12개)과 이성열(14개)이 버티고 있다. 히어로즈 타선은 5~6회까지 4~5점을 뒤지더라도, 역전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힘이 있다. 순도높은 한방, 강력한 펀치를 갖추고 있기에 거칠 것이 없다.

대포들의 집합소 히어로즈에서 타선의 중심, 간판은 어디까지나 박병호 강정호다. 두 선수가 무려 92홈런-241타점을 생산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키플레이어를 꼽아달라고 하자 염경엽 감독이 주저하지 않고 "박병호가 잘 해주면 쉽게 갈 수 있다"고 답한 이유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잘 해주기를 바라는 것 보다 히어로즈라면 기존 타선이 제대로 가동하기만 해도 무서울 게 없다.

그런데 가을야구는 조금 달랐다. 간판타자 박병호 강정호 보다 유한준이 더 눈에 띈다. 유한준은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회말 3점 홈런, 7회말 1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초반 분위기를 끌어 온 홈런에 쐐기 홈런까지 때려 9대3 승리에 기여했다. 2홈런에 5타점을 쏟아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4할6푼1리(13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2개를 때린데 이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8경기 연속 안타에 포스트시즌 홈런 4개다.

유한준은 화려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꾸준하고 건실한 선수다. 이번 시즌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6리(405타수 128안타), 20홈런, 91타점, 2루타 31개를 기록했다. 홈런은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에 이어 팀 내 4위이고, 타점은 3위다. 박병호 강정호가 워낙 강력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을 뿐이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2005년에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후 타율, 홈런, 타점 모두 올해가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이전에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은 2010년의 9홈런, 79타점이었다.

정규시즌 유한준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맹활약을 하고도, 7이닝 1실점 역투를 한 선발 투수 앤디 밴헤켄에게 경기 MVP를 내줬다. 3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른 밴헤켄은이날 6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유한준은 MVP를 놓쳐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시리즈 MVP를 노리겠다"며 웃었다.

포스트시즌을 통해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린 유한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