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같은 1번 타자 삼성 라이온즈 나바로. 시즌 전만 해도 '미운 오리'가 될 것 같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걱정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 드라마가 썼다. 이 드라마는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연장 방영되고 있다.
나바로는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노리는 삼성 공격의 핵이다. 그는 한국시리즈 1, 2차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1차전 동점포는 승리로 연결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면, 2차전 홈런은 경기 초반 승기를 삼성쪽에 확실히 가져오는 값진 홈런이었다.
나바로는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0으로 앞서던 2회말 2사 3루 찬스서 상대 선발 소사를 무너뜨리는 대형 투런포를 터뜨렸다. 150km가 넘는 소사의 강속구를 정확히 받아쳐 좌중월 홈런으로 만들었다. 삼성은 나바로의 홈런을 앞세워 7대1로 이겼다. 1차전 3회말 0-2에서 2-2 스코어를 만드는 값진 홈런포에 이어 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 홈런이다.
나바로는 삼성의 복덩이다. 사실 시즌 전 나바로는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수는 있겠는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포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것 같지도 않았다. 포지션도 2루에 투입할지, 중견수로 쓸지 고민했다. 외국인 타자가 이런 취급을 당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수모였다. 다른 팀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이름값에서 밀려 벌어진 일.
하지만 삼성의 눈은 정확했다. 삼성은 시즌 초반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었는데, 나바로가 1번 타순에 배치된 후 모든 게 잘 풀렸다. 나바로 1번 타순 배치 이후 쭉쭉 오르기 시작한 삼성은 선두를 질주했다.
나바로는 시즌 내내 극강의 공격형 1번 타자로 맹위를 떨쳤다. 타율 3할8리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 출루율 4할1푼7리 장타율 5할5훈2리. 만능이었다. 1번 타자로서 출루와 도루에 능했고, 해결사 능력도 뛰어났다. 다른 팀의 4번 타자같은 공격력이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나바로에게 1번이 가장 잘 어울렸다. 나바로가 출루하면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등 거포들이 불을 뿜었다.
2차전에서도 나바로는 펄펄 날았다. 2회 2사 후 결정적인 투런포는 완벽한 해결사로서의 모습. 이 뿐 아니었다. 1회는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치고 나가 선취 득점에 공헌했다. 6회에는 2사 후 안타로 출루해 도루까지 했다. 전형적인 1번 타자 역할이었다. 여기에 안정적인 2루 수비는 보너스다.
200안타 고지를 정복한 넥센 1번 서건창이 애를 먹고 있는 한국시리즈이기에 나바로의 활약이 더욱 빛난다. 넥센이 삼성을 이기려면 남은 경기에서 먼저 나바로를 봉쇄해야 한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