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두가 보이지 않았다."
첫 마디부터 강한 인상이다. 두산 신임사령탑 김태형 감독은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21일 오후 그와 전화연락이 닿았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고향팀으로 컴백, 그것도 사령탑의 중책에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20일 오후에 '감독으로 와 주지 않겠냐'라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너무 얼떨떨했다. 기뻤지만, 실감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4년 전부터 꾸준히 두산 차기감독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김진욱 감독이 선임될 때도 그랬고, 1년 전 송일수 감독이 선택될 때도 그랬다.
하지만 당시에는 끝내 선택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저에게는 고향팀이다. 감독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적도 있어서 항상 마음은 있었다. 막상 현실이 되니까 의외로 담담해지더라"고 했다.
그는 1990년 두산의 전신 OB에 입단, 2001년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은퇴 후 곧바로 두산 베터리 코치가 됐다. 2011년까지, 약 21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적자'다.
팀에 대한 약점에 대해 얘기할 때 그는 '허슬두의 실종'을 강조했다. 그는 "두산 베어스만의 허슬두가 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약간 뭔가 좀 흐트러져 있는 모습이 있다. 그건 두산이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프로선수로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 부분에서 개인적인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경기 중 실수는 괜찮다. 하지만 해이한 모습은 안된다. 단호하게 못을 박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한 팀의 응집력에 대해 말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팀 컬러'에 대해 묻자 "개개인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고 선수 개개인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의 약점은 투수력을 꼽았다. 그는 "갑자기 감독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세밀한 팀 전력을 판단하진 못했다. 우선 투수 쪽이 취약하다. 세밀한 부분은 구단 스태프와 상의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SK 배터리 코치로 있었다. 21년 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의 2년간의 '외도'였다. 김 감독은 "야구는 똑같지만, 다른 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시야가 좀 넓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