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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1초 방심'에 K-리그 우승 경쟁 무게추 기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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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직전 '딱 1초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그 1초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의 무게추가 크게 기울어졌다.

2위 수원은 추격자였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꼭 승리해야했다. 31라운드까지 선두 전북과의 승점차는 5점이었다. 그런데 하루 전인 18일 전북이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성남전을 앞두고 양 팀의 승점차는 8점으로 벌어졌다. 수원으로서는 성남을 잡아야만 승점 5점차를 유지할 수 있다.

'승점 5점차'는 수원에게 33라운드를 위한 최상의 조건이다. 스플릿 전 마지막 라운드인 33라운드에서 수원은 전북 원정 경기를 치른다. 승점 5점차일 경우 전북에 승리하게 되면 2점으로 줄어든다. 비기더라도 승점차는 4점이다. 2점 혹은 4점차로 스플릿을 맞이한다면 역전 우승의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 5경기 가운데 전북과의 맞대결이 1번 있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기본 바탕은 결국 '성남전 승리'였다.

평정심이 필요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꼭 승리해야한다'는 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전북의 '전'자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올 시즌 성남에게는 1무1패로 약했다. 오늘 승리해서 아픔을 설욕하자"고만 했다. 그래도 걱정은 여전했다.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선수들의 부담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도 꼭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경기 중 조급함이 나올 것이다.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 감독의 걱정은 경기 중 그대로 표출됐다. 전반 2분만에 김두현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9분 후 동점골을 내주었다. 그마저도 중거리슛이 굴절되며 들어간 '불운한 실점'이었다. 이후 수원 선수들은 성남의 밀집수비를 뚫지못하고 허둥지둥했다.

그래도 수원에게는 힘이 있었다. 9월 들어 전역 선수들과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다. 스쿼드가 단단해졌다. 후반 들어 서 감독은 정대세 이상호 권창훈을 넣으며 공격에 힘을 높였다. 후반 36분 정대세의 추가골이 터졌다. 다들 기뻐했다. 전북과 맞붙기 전 수원이 노리는 최상의 조건 99% 갖추어졌다. 다들 승리를 생각했다. 결국 독이 됐다. 경기 종료 직전 수비진은 방심했다. 성남 임채민이 의미없이 높게 볼을 올렸다. 성남 제파로프가 달려들었다. 수원 수비진은 제파로프를 막았다. 골키퍼도 달려나왔다. 다들 볼은 골키퍼 품에 안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수비진의 커버플레이는 느슨했고 골키퍼의 접근은 다소 늦었다. 제파로프는 수비진과 골키퍼 사이에서 바운드된 볼을 톡 건드리며 골로 만들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수원이 받아야 할 승점 3점은 1점으로 줄어들었다. 전북과의 승점차는 7점이 됐다.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 후 서 감독은 "축구는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 솔직히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앞만보고 달려왔다. 2위가 되니까 주위에서 우승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팀에 대해서 집중하고 더 단단히 준비하라는 계시로 알겠다"고 말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