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이 2만명이 들어오면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
2012년 5월이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의 파격 공약에 제주팬들이 환호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백발 대신 오렌지색 머리를 한 박 감독의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오렌지색은 제주의 상징이다. 박 감독은 지난 2010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우승을 차지하면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며 아쉽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박 감독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과감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제 행복한 상상은 현실로 바뀐다. 1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전이 '디데이(D-DAY)'다.
매년 꾸준한 관중 증가세를 보이던 제주에게 2만은 상징과도 같은 숫자다. 박 감독의 '오렌지 염색' 공약 때문이다. 제주는 매시즌 서울전을 '타깃 매치'로 지정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전시 컨셉트와 올해 의리 컨셉트는 K-리그 이벤트사에 한 획을 그엇다. 그러나 아쉽게 2만 관중 동원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인구가 많은 제주시 사람들을 경기장에 있는 서귀포까지 끌어들이기에 기발한 기획력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제주 프런트는 올해 제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여기에 2017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개최도시를 노리는 제주시의 염원까지 한 곳으로 모으기로 했다. 결과물이 바로 18일 펼쳐지는 '도민 결의 대회'다.
'도민 결의 대회'는 두 큰 체육행사를 앞두고 출정식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연다는 컨셉트 아래 진행된다. 제주시, 서귀포시 할 것 없이 제주도민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제주는 바로 기획안을 만들어 도 관계자와 접촉했다. 도에서도 바로 화답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도민 결의 대회'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부임 이래 가장 큰 체육행사가 됐다. 생활체육회와 제주체육회까지 연결되는 대형프로젝트가 됐다. 제주의 진행 아래 펼쳐지는 이벤트지만 관련 단체가 많다보니 평소보다 일이 2~3배가 늘었다. 일을 하나 진행해도 확인받아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그래도 제주 프런트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 2만명이 모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같은날 마(馬)축제, 해녀축제 등이 열린다는게 변수지만, 제주는 최대 3만명의 관중들이 이날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날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제주가 올시즌 '오케스트라 축구'를 표방하는만큼 제주도립 서귀포 관현악단을 초청하기로 했다. 그간 군복, 의리복장을 입고 팬들을 즐겁게 했던 박 감독이 또 한번의 '깜짝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대형카드섹션과 폭죽행사 등도 계획된만큼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제주도민들의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이다. 오렌지색 염색을 할 박 감독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18일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