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선수의 가치를 올려준다. 감독은 선수의 가치를 올려주는 사람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발 기록 행진이 뜨겁다. 쉽게 볼 수 없는 대기록들이, 평범한 기록인 것 처럼 마구 쏟아지고 있다. 막바지인 2014 시즌 프로야구 1, 4위 뜨거운 순위싸움과 함께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넥센이다. 2위 넥센은 선두 삼성 라이온즈를 1.5경기차로 추격하는 순위 싸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넥센 선수들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기록 2개를 달성했다. 먼저, 4번타자 박병호의 50홈런 기록. 11년 만에 나온 프로야구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박병호는 이날 연타석 홈런으로 51홈런 고지까지 정복했다. 선발 밴헤켄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대망의 20승 기록을 달성했다. 선발투수로 역대 7번째 기록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2007년 두산 베어스 리오스 이후 두 번째다.
이 뿐 아니었다. 200안타 기록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서건창은 안타 1개를 추가하며 198안타를 기록했다.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록이 있었는데, 이는 앞선 화려한 기록에 묻혔다. 강정호가 이날 경기 시즌 100번째 득점을 달성하며 넥센은 서건창(133득점) 박병호(124득점) 강정호(100득점) 등 3명의 100득점 기록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또, 박병호(121타점-124득점) 강정호(112타점-100득점)의 동반 100타점-100득점 이상 기록도 프로야구 역대 최초다.
넥센이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염경엽 감독의 기록에 대한 지론은 어떨까. 보통 감독들은 선수들의 개인 기록을 중요시 하면서도 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 기록은 둘째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염 감독은 선수들의 기록 달성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염 감독은 "기록은 선수의 가치를 올려주는 것"이라며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면 꼭 이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감독은 선수들의 가치를 올려주기 위해 있는 사람이다.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가면 결국, 그 감독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나는 이제 감독 2년차다. 선수들이 나를 키워주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로 염 감독은 세이브왕이 유력한 손승락(31세이브)과 홀드왕이 유력한 한현희(29홀드) 등의 기록을 일일이 챙기며 관심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한현희의 경우 젊은 선수가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하면 얻는게 많다. 특히, 상대가 한현희를 인정하고 쉽게 보지 못한다"라고 그 효과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선수들의 기록 달성을 위해 돕는 것은 아니다. 염 감독의 지론은 기록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되, 정정당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록 작성을 위해 억지로 선수 투입을 하고 편법을 쓰는 것은 없다.
또,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란다. 염 감독은 "유한준의 경우 3할 초반과 2할 후반대를 왔다갔다 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이후 부진했다. 그러다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3안타를 치며 3할을 거의 확정지었다. 선수들 스스로 그 고비를 이겨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넥센의 경우, 김민성이 2할9푼3리로 3할 근처에 와있다. 염 감독은 타율 관리를 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기록에 대한 고비를 넘기며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제 남은 것은 서건창의 200안타 기록이다. 염 감독은 "내년부터 144경기가 되는데, 128경기 체제에서 200안타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며 서건창을 극찬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