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은 피할 수 없는 그라운드의 숙명이지만 뼈아팠다.
전반 16분 박주호(마인츠)가 쓰러졌다. 상대의 깊은 태클에 넘어진 그는 곧바로 교체 사인을 보낼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교체까지 3분이 걸렸다. 그전까지 한국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10명의 슈틸리케호는 코스타리카의 현란한 개인기에 주춤했다. 흐름이 넘어갔다.
슈틸리케호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을 1-1로 마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두 번째 실험이다. 10일 데뷔전에선 파라과이를 2대0으로 꺾었다. 파격적인 첫 실험에 이어 두 번째 무대도 화두는 변화였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와 이청용(볼턴) 남태희(레퀴야)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이 선발 진용에 복귀했다. 사실상의 베스트 11이었다. 이동국이 포진하는 가운데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남태희가 섰다.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과 이청용이 위치했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호흡했다. 포백라인에는 박주호(마인츠)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 차두리(이상 서울), 골문은 김승규(울산)가 지켰다.
눈에 띈 변화는 기성용의 추가 공격 쪽으로 기울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장현수는 중앙수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며 그 뒤를 받쳤다. 손흥민과 이청용 남태희의 쉴새없는 포지션 변화도 계속됐다. 파라과이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남태희가 연결고리였다. 폭넓은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박주호가 부상은 예상 밖의 변수였다. 전반 19분 김민우(사간도스)가 투입됐지만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뒷 문이 흔들렸고, 전반 39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브라이언 루이스의 헤딩 패스를 보르게스가 쇄도하며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장현수가 보르게스의 침투를 예상하지 못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태극전사들은 고삐를 죄였고, 전반 종료직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장현수 남태희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패스는 작품이었다. 손흥민의 크로스는 이동국이 해결했다.
코스타리카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연출한 강호다. 압박과 개개인의 기량은 월드컵 8강팀 다웠다. 태극전사들도 주눅들지 않고, 동점에 성공했다. 후반 45분이 남았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