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이 2년전 메이저리그를 노크할 때 어느 누구도 그가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발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했다.
심지어 2500만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은 그렇다 쳐도 6년 계약을 보장해준 다저스가 무모했다는 비난이 일었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3선발로 선전한 것 역시 과했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러나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그들의 콧대를 보기좋게 꺾어줬다.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류현진은 다저스의 확실한 3선발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은 사실 더욱 어려운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2년차 징크스가 존재하는만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더 강인한 무장이 필요했다. 지난 겨울 류현진은 필요한 일정만 소화하고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을 본 다저스 관계자들은 날렵해진 몸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된 뒤 류현진은 세 차례나 부상에 시달렸다. 4월말 왼쪽 어깨 통증이 찾아와 3주간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8월에는 투구 도중 허벅지 근육통이 발생해 또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시즌 막판에는 다시 어깨 통증이 도져 정규시즌서는 더 이상 등판하지 못했다. 26경기에서 152이닝을 던져 14승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3선발로는 손색없는 성적이지만, 규정이닝(162이닝)에 미달한데다 목표였던 2점대 평균자책점을 이루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다.
포스트시즌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제몫을 했다. 24일만의 실전 등판임을 감안하면 특급 피칭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호투에도 불구 다저스는 경기를 내줬다. 이튿날 열린 4차전서도 다저스는 무릎을 꿇고 리그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월드시리즈는 류현진 뿐만 아니라 다저스 구성원 모두의 꿈이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올해 목표에 대해 "월드시리즈 우승 아니면 실패(World Series or nothing)"라고 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팀연봉 1위 다저스는 우승이 절실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문턱까지는 너무나도 멀었다. 류현진의 한 시즌도 아쉬움을 남긴 채 그렇게 끝이 났다.
시리즈 내내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는 비난을 받은 돈 매팅리 감독은 2016년까지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신상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2005년부터 프런트를 이끈 네드 콜레티 단장의 거취에는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다저스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올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을 보강하고 타선의 짜임새를 높이는 일이다. 강력한 셋업맨을 데려와야 하고,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맷 켐프, 야시엘 푸이그, 핸리 라미레스 등 비슷한 스타일의 고연봉 선수들도 '교통정리'해야 한다.
내년에도 다저스의 목표는 월드시리즈다. 3번째 시즌을 맞는 류현진도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한 단계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더욱 알찬 준비가 필요하다. 최강의 다저스 선발진은 내년에도 면면에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장기계약을 한 커쇼와 잭 그레인키, 류현진에 4선발 댄 해런도 남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이 여전히 3선발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한 단계 성장하려면 커쇼나 그레인키에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겠다는 도전 정신도 필요하다.
역시 부상 방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192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올해 부상만 없었다면 200이닝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부상 때문에 그르친 경기도 몇 차례 있었다. 류현진이 내년 시즌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200이닝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이뤄주기를 바라는 것은 다저스 구단 뿐만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