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금메달 유망 종목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진민섭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도 아쉬운 은메달을 따냈다. 현재 추세로 봤을 때 당초 예상했던 금메달 3개는 힘들어 보인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금메달 3개는 놓쳤지만 그보다 더욱 귀중한 것을 얻었다. 한국 육상의 전반적인 저변이 넓어졌다. 광저우와 비교했을 때 전 종목에 걸쳐 성적이 좋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거리 종목들이다. 비록 남자 100m에서는 결선 진출자가 없었지만 남자 200m에서 여호수아가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남자 단거리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만이다. 남자 400m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2010년 광저우에서 한국은 남자 400m에서 단 1명의 결선 진출자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박봉고와 성혁제가 결선에 오르며 아시아의 철각들과 겨루었다. 여자 400m 허들에서도 4년전과 달리 조은주가 결선에 올랐다. 남자 110m 허들에서는 김병준이 은메달을 따냈다. 김병준은 자신의 우상인 김태경의 기록인 13초48을 0.05초 줄인 13초43의 한국 신기록도 작성했다.
필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임은지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귀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4년 전에는 최윤희가 나섰지만 4위에 그쳤다.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윤승현과 우상혁이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로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여왔다. 남자 20㎞ 경보에서 김현섭이, 여자 20㎞경보에서는 전영은이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영은은 한국 여자 경보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다. 남자 50㎞ 경보에서는 박칠성이 투혼을 발휘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이렇게 메달의 분포가 다양해지는 데에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영향이 컸다. 당시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안방에서 망신을 당할 수 없다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대구에서는 부진했지만 그 때의 투자가 지금 와서 결실을 맺고 있다. 여기에 각 팀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예전만해도 전국체전에서의 등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수들의 기록 경신에 포상금을 내거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육상을 이끌고 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