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루니' 이종호(22·전남)는 올시즌 K-리그가 발굴한 최고의 신예공격수다.
프로 4년차가 된 이종호는 올시즌 한단계 도약했다. 9골을 성공시키며 내로라 하는 선배 공격수들을 제치고 득점 2위에 올라있다. 전남은 그의 골행진 속에 한때 K-리그 클래식 2위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전남에서의 고공행진과 달리 이종호는 이광종호에 들어서면 작아졌다. 불운과 부진이 반복됐다.
올 1월 열린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이 시작이었다. 그는 연습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되고 나서는 주전에서 멀어졌다. 전남에서 맡았던 최전방은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이광종 감독은 이종호를 스트라이커보다는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그마저도 윤일록(서울)과 안용우(전남)에 밀렸다. 벤치에 앉은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조별리그 라오스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홍콩과의 16강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K-리그 득점 2위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순간 그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한-일전이 그랬다. '숙적' 일본과의 8강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이종호는 투지넘치는 모습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40분 이종호는 천금과 같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일본 수비수 오시마 료타가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려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이종호를 덮쳤다. 이종호의 머리쪽으로 떨어졌고, 그 충격에 이종호는 코피를 쏟았다. 3분 뒤 '캡틴'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페널티킥을 깨끗이 성공시키며 한국은 1대0 승리를 거뒀다. 그는 경기 후 "피를 보니까 뭔가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다"고 웃으며 "빨리 지혈이 되리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안에서는 10명이 싸워야 한다. 상대가 만회골을 노리는 상황이라 내가 빨리 들어가서 동료들을 도와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머리가 얼얼하게 아파왔지만, 승리에 다 잊었다.
한-일전 승리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숨은 영웅)였던 이종호는 30일 태국과의 4강전에서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진의 활력소가 됐다. 수비시에는 과감한 압박과 태클을 했다. 이종호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던 전반 41분, 해결사로 등장했다. 천금같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임창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방향만 바꾸는 재치있는 헤딩슛을 날렸다. 볼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간 벤치에 앉아있던 울분을 날려버린 골이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