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형 그레코로만형의 '맏형' 정지현(31·울산남구청)이 세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지현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71㎏급 결승에서 투르다이에프 딜쇼드존(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1분 20초만에 9점을 따내며 테크니컬 폴승으로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정지현은 2002년 부산대회에서 대표팀의 막내로 첫 아시안게임에 나선지 12년만에, 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세 번째 도전한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정상 도전까지 준결승이 고비였다. 8강전에서 인도의 야다드 크리샨칸트를 8대0으로 가볍게 제압한 정지현은 4강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 챔피언이었던 '난적' 압드발리 사에이드(이란)를 만나 고전했다. 정지현은 경기 초반 4점을 먼저 따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술 성공과 동시에 상대에 목을 잡히며 세 번의 뒤집기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4-6으로 역전됐다. 패배 위기였다. 그러나 2피리어드에서 힘을 냈다. 경기 종료 1분 47초를 남겨두고 정지현은 상대를 힘겹게 매트 위로 넘기며 4점을 획득 8-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사에이드가 판정에 항의하며 챌린지를 신청했고 챌린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지현이 1점을 추가로 획득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짜릿한 9대6의 역전승이었다. 얼굴에 피멍이 들 정도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결승은 오히려 수월했다.
정지현은 금메달 획득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아쉬움에서 벗어나 아들 딸 앞에 당당히 서게 됐다. 정지현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는 아내 정지연씨의 뱃속에 있던 첫째 아이의 태명을 '아금(아시안게임 금메달)'이로 지었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둘째 아이의 태명을 '올금(올림픽 금메달)'로 지었지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던 '아빠' 정지현은 두 차례나 고개를 숙였다. 어느덧 '아금이' 서현(4)이와 '올금이' 우현(3)이는 레슬링을 하는 아빠의 모습을 따라할 정도로 컸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세 번째 도전만에 정지현은 아이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해줄 수 있게 됐다. 정지현은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 서현이와 우현이를 위해서라도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금메달 획득으로 지켜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