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기 전 보강할 포지션이 많았다. 그 중 한 자리가 골키퍼였다.
이광종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이 그 동안 연령별 대표팀에서 줄곧 중용한 수문장들은 이창근(21·부산)과 노동건(23·수원)이었다.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소속 팀 출전수가 부족했다. 주전 수문장 노동건은 정성룡에 밀려 K-리그 클래식에서 단 두 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창근도 백업이었다. 이범영의 그늘에 가려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감독은 골키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0년이 넘는 청소년대표팀 지도자 생활 동안 많은 국제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면서 얻은 경험이다. 골키퍼의 선방과 실수, 한 끗 차이로 팀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을 말이다. 골키퍼 전문 코치들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대체 골키퍼를 뽑기 위해선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밖에 답이 없었다. 헌데, 필드 플레이어에도 허점이 많았다. 골키퍼를 와일드카드 4순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달 12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회의를 갖고 20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지을 때 와일드카드의 한 장을 골키퍼로 낙점했다. 이견이 없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K-리그 대세'로 떠오른 김승규(24·울산)였다.
이미 김승규의 활용법은 나와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조별리그 팀들을 상대할 때는 김승규가 필요없었다. 패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부터 '김승규 시너지'를 바랐다.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니 김승규가 진가를 드러낼 장면이 거의 없었다. 볼을 만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16강에서 만난 홍콩도 한국의 적수는 아니었다. 홍콩은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고비라고 평가됐던 8강도 싱거웠다. 21세 이하 대표로 구성된 '숙적' 일본은 한수 아래였다. 이날도 한 차례 슈퍼세이브가 있었을 뿐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민혁(인천) 김진수(호펜하임) 임창우(대전) 등 수비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비교적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4강부터는 상대가 아무리 전력에서 열세라도 방심할 수 없다. 김승규는 "4강에 오른 팀 중에 약팀은 없다. 태국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준비가 잘됐다. 우리 것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김승규는 4강전부터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승부차기 방어 능력도 출중하다. 긴 팔, 강한 집중력과 빠른 순발력을 갖추고 있다. 상대 선수가 공을 찰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눈의 반응 속도보다 날아오는 공의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은 그만의 무기다. 이 감독이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이유를 증명할 때가 왔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