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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연속' 카타르월드컵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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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10년 12월 유치를 확정한 이후 카타르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작부터 뇌물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카타르월드컵은 겨울 개최 논란을 촉발시키더니 아예 개최지 변경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갖 잡음에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내의 치열한 파워게임 때문이다.

사실 여름 개최와 겨울 개최 여부는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벌어진 사태를 종합해 보자. FIFA는 9일(한국시각) 집행위원회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스위스 취리히의 FIFA본부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개최 시기에 대해 논의했다. 세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주재한 이 태스크포스팀에는 각 대륙 연맹과 리그 대표, 선수 단체 관계자, 하산 알 타와디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2022년에 월드컵을 열겠다는 전제하에 2022년 1∼2월과 2022년 11∼12월 개최될 경우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태스크포스팀에 속한 면면들이 모두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블래터 회장은 계속된 논란에도 줄곧 "카타르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내부에 블래터 회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 테오 츠반지거 FIFA 집행위원이 "의학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카타르와 같은 더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생기는 문제들에 책임을 질 수 없다. 결국 개최지가 변경될 것"이라며 "카타르 조직위는 경기장과 훈련장에 냉방 설비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월드컵은 경기장만 해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오는 축구 팬들이 더위 속에 오가다 목숨을 잃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블래터 회장의 입지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블래터 회장은 최근 FIFA 회장 5선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일찌감치 출마 고사 선언을 한 지금, 블래터 회장의 재선은 사실상 확실해 보인다.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제롬 샹파뉴 전 FIFA 국제국장은 여러모러 약하다. 블래터 회장이 재선될 경우, 오랜기간 자신을 후원해 줄 카타르를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FIFA는 카타르월드컵을 겨울에 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유럽리그다. 대다수의 유럽리그는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열린다. 이 중간에 월드컵이 열릴 경우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스케줄이 꼬일 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유럽클럽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수익과 무관한 월드컵 때문에 리그를 중단하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다. 움베르토 간디니 유럽클럽연맹(ECA) 부회장은 10일 성명을 통해 "FIFA는 카타르월드컵 겨울 개최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 유럽클럽들이 개최 시기 변경을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며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유럽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약 75%가 자국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월드컵이 정규리그 일정과 겹치게 될 경우 각국 국가대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유럽리그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강한 어조로 반문했다. 재밌는 것은 플라티니 UEFA 회장이 겨울 개최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에서 치러질 월드컵은 겨울에 열려야 한다.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경기가 열리는 건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한 바 있다.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 월드컵 개최국 선정 당시에도 카타르를 지지했었다.

그간 블래터 회장의 독선적인 운영방식을 감안하면 이번 카타르월드컵 문제도 그의 뜻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럽리그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월드컵 중계권을 미리 구매한 국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최악의 경우 법정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과연 카타르월드컵은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