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끝나면서 양 리그 MVP에 대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한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했던 마크 멀더는 얼마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커쇼가 사이영상과 MVP를 모두 수상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투수에게 MVP를 줘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커쇼는 워낙 뛰어났다"고 주장하며 커쇼의 MVP 등극에 적극 찬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셔널리그 타자 중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조나단 루크로이(밀워키 브루어스) 등이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커쇼만큼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마지막 선수는 지난 201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벌랜더이다. 그해 벌랜더는 24승5패, 평균자책점 2.40, 250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했다. 커쇼는 올시즌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 239탈삼진을 올렸다. 탈삼진 타이틀에서 밀렸을 뿐 활약상은 벌랜더에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시즌 초 부상 때문에 한 달여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등판할 때마다 눈부신 피칭을 펼치며 다저스의 지구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이 높이 부각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LA 에인절스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강력한 MVP 후보다. 트라웃은 올시즌 15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7리, 36홈런, 111타점, 115득점을 기록했다. 타점과 득점 리그 1위다. 트라웃을 견제할만한 선수로는 디트로이트의 미구엘 카브레라와 볼티모어의 넬슨 크루즈 등이 꼽히지만, 트라웃만큼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에인절스를 최고 승률(0.605)의 팀으로 올린 주역이 트라웃이라는 이야기다. 트라웃은 신인왕을 차지했던 2012년과 지난해 두 시즌 연속 MVP 투표에서 카브레라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홈런과 타점 뿐만 아니라 팀공헌도에서도 카브레라를 넘어섰다.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에 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승수 기여를 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에서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커쇼와 트라웃이 올시즌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두 선수는 올초 시즌 개막에 앞서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커쇼는 지난 1월 2020년까지 7년간 2억1500만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투수로는 역사상 최초로 총액 2억달러를 넘겼다. 트라웃은 지난 3월 1억4450만달러의 조건으로 내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장 계약을 했다. 풀타임 두 시즌 마친 선수가 총액 1억달러를 넘긴 것은 트라웃이 처음이다. 소위 '돈방석'에 앉게 되면 심신으로 해이해지기 일쑤인데, 두 선수는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시즌 투타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